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을 배경으로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일본 적군파 청년들에게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비밀 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홍경은 본의 아니게 작전에 투입되는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을 연기했다.
작전에 떠밀리듯 투입되기는 했어도 고명은 성공할 경우 자신에게 주어질 보상과 명예, 그리고 영광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다가도 사람들의 생사보다 상대 국가에게 지게 될 ‘빚’에 더 신경을 쓰는 ‘윗분’들을 향한 경멸과 언제 자기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지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실제로 대면한 ‘납치범’에게서 느끼는 인간적인 공감과 연민, 윤리적 고뇌가 한데 뒤섞여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고명에게는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이 있어요. 어떨 때는 자기의 야망이나 야욕이 앞서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윤리적인 것들을 고민하기도 하죠. 연기할 때는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설정이나 목표를 두지 않고 순간마다 이 친구가 느낄 솔직한 감정이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했어요. 각 신별로 대본 리딩 때부터 현장에서도 직관적으로 그때마다 떠오르는 것들을 변성현 감독님께 말씀드리면서 인물을 구축시켰죠. 마지막 신 같은 경우도 사실 저는 그 시계를 너무 차기 싫다고, 이 시계를 차지 않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감독님께 드렸는데요, 감독님께서는 ‘바로 그 마음으로 시계를 차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웃음).”

“제가 감독님을 처음 만나 뵀을 때 지금보다 좀 더 호리호리한 체형이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몸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행히 촬영 들어가기 전에 4~5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천천히, 건강하게 살을 쪄나갈 수 있었죠. 한 7kg 정도 증량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제까지 연기할 때 몸매를 부각시키는 것보다 ‘그냥 연기를 잘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해보니까 몸을 만든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서고명은 자신의 유일한 ‘슬랩스틱’ 신이기도 한 ‘활주로 슬라이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다 쏟아 부어서 찍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옆으로도, 뒤로도 넘어지며 가장 그때의 서고명 다운 미끄러짐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원하셔서 여러 번 찍었다기보다는, 제가 좀 더 해보고 싶었어요. 서고명이 유일하게 감정을 내뿜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저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신이었거든요. 많은 권력 구조 아래서 억눌려 있다가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고, 울화를 그나마 잠깐 표현했다가도 다시 안으로 들어오면 막혀버리게 되는 걸 보여주는 신이에요. 여러 번 넘어지는데도 다행히 안전하게 다 준비해주셔서 제가 넘어지면 슬쩍 매트를 아래에 넣어주시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은 컷도 꽤 있었죠(웃음). 그래도 저는 이 작품에서 정말 몸, 마음, 제가 가진 걸 다 던지고 싶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웃음).”

“설경구 선배님과는 대화보다 연기적으로 많은 교감을 나눴는데 그래서 더 감사했어요. 제가 경험이 없어 미숙한 면이 있었을 텐데 선배님은 시작부터 끝까지 절 믿어주셨거든요. 사실 설경구 선배님, 류승범 선배님, 전도연 선배님을 직접 뵙고 생각한 건 다른 무엇보다 신기함이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보며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런 퍼포밍을 보여주실 수 있는 거지?’ 너무 궁금했는데요, 옆에서 봐도 사실 잘 모르겠더라고요. 마치 마술 트릭을 보는 것처럼 그냥 넋을 놓고 봤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보여주시고, 전해주신 에너지 덕에 저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요.”
‘굿뉴스’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일본 배우들과 연기하게 된 것 역시 그가 말한 ‘신기한 일’의 연속이었다. 일본 운수정무차관으로 유일하게 서고명과 비슷한 인간적 면모를 보이는 이시다 역의 야마다 타카유키와 비행기 납치범이자 적군파의 수장 덴지 역의 카사마츠 쇼는 모두 ‘굿뉴스’가 한국 영화 첫 출연작이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드라마 ‘백야행’, 영화 ‘크로우즈 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고, 카사마츠 쇼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간니발’에서 고토 가문의 당주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홍경은 두 배우에 대해 “어마어마한 집중도를 가진 분들”이라고 회상했다.

‘굿뉴스’로 블랙코미디도 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홍경은 이처럼 쟁쟁한 선배들로부터 받은 기운을 발판 삼아 차기작에서의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2017년 데뷔 후 올해로 배우 인생 8주년을 맞은 그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조차 치열했던 이전의 현장들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작품에도 똑같은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저희 세대 배우들끼리의 뜨거움이 만나 무엇인가 탄생되는 것을 목도하는 것도 좋고, 선배님들의 경험치를 통해 제가 감히 넘어보지 못한 선을 넘어보는 순간을 느껴보는 것도 좋아요. 이번에 ‘굿뉴스’를 작업하면서 아마 저도 모르게 선배님들로부터 몸으로 배워나가는 순간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가져간 것들이 이 작품에 그대로 담겼을 거고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저는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으려고 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