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해 11월 과기부-통신 3사 간담회에서 2025년 1분기까지 5G-LTE 통합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일부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용 부담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전산시스템 개편이 완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요금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요금제는 5G와 LTE 기술 구분 없이 데이터 제공량이나 전송 속도에 따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요금제다. 상황에 따라 LTE 또는 5G망 중 최적의 네트워크로 자동 연결되는 방식이다. 복잡한 요금 구조가 단순해지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가계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 영국 O2와 EE, 호주 텔스트라와 옵터스, 일본 KDDI 등 해외 주요 통신사들은 이미 통합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요금제는 현재까지도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의 입장이었으나, 김영섭 KT 대표가 흔쾌히 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타 통신사들도 부랴부랴 추진하게 됐다”며 “계엄 사태로 인해 차질이 생긴 면도 있지만, 막상 KT만 통합요금제를 먼저 출시하기에는 업계의 반발이 생길 수 있어 협의가 길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2월간 통신 3사는 LTE 요금제 134개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요금제가 너무 많고 다양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19일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이동통신사 3사 LTE, 5G 요금제 관련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신 3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 요금제는 총 251개다. SK텔레콤이 81개(5G 53개, LTE 28개), KT가 81개(5G 49개, LTE 32개), LG유플러스가 89개(5G 64개, LTE 25개)다. 신규 가입이 중단된 요금제까지 합치면 총 718개(SK텔레콤 145개, KT 260개, LG유플러스 313개)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탄핵 정국과 해킹 사태 등의 이슈가 생긴 것을 감안해도 통합요금제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요금제를 설계하는 게 힘들다면 LTE 요금제를 조정하거나 요금제들을 더 많이 폐지하는 등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홍기성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고문은 “5G 출시 초창기에는 5G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LTE보다 5G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많이 늘렸던 사례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5G망 인프라가 부족해서 선뜻 5G 단말기를 고르기가 어려웠지만, 현재는 LTE 단말기가 단종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에 LTE-5G 구분이 희미해졌다. 진작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과기부는 최수진 의원실을 통해 통합요금제 시행을 위한 통신 3사별 협의를 거의 마무리했으며 연내 통합요금제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류제명 과기부 2차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요금 역전 현상이 있었던 요금제는 가입이 중단되는 등 상당 부분 해결됐다”며 “QoS(기본 데이터 소진 시 1~5Mbps 속도로 추가 데이터 서비스) 개선을 엮어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통신 3사는 공통적으로 통합요금제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신중한 모습이다. 과기부와 달리 출시 예상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KT 관계자는 “통합요금제와 관련해 정부와 협의가 완료됐지만, 국정과제인 전국민 안심요금제(QoS)를 통합요금제에 반영하기 위해 추가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시일은 검토 및 협의 상황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LG유플러스는 3G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다른 통신사는 3G를 운영하는 등 각 사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협의가 길어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에 직결되는 만큼 요금제 설계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기성 고문은 “이동통신 요금제뿐만 아니라 단말기 마진, 부가서비스 등 다른 수입원이 있다”며 “통합요금제가 출시되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는데, 공시지원금 등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도 살펴봤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요금제 연내 출시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의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수익에 영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영업부서 등 내부에서 통합요금제에 대해 반대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과기부가 올해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연내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통신사 내부의 반발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