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판은 한때 일본 초등학생의 대표적인 기초 학습이었다. 전성기였던 1986년에는 전국에 1만 3010곳의 주판 교실이 운영될 정도였다. 하지만 계산기의 빠른 보급으로 수요가 급감하며, 2021년에는 5227곳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제일의 주판 생산지인 효고현의 상황도 비슷하다. 1960년대 연간 360만 개를 생산하던 주판은 15만 개 수준으로 급감하며 누가 봐도 쇠퇴의 길을 걷는 듯했다.

물론 주판이 시험과목에 직접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요 사립 중학교의 입시에서 산수의 배점 비중이 높아지고, 심지어 산수 한 과목만으로 합격을 결정하는 학교도 있다. 결국 빠르고 정확한 계산력이 합격의 관건이 되며, 이를 체계적으로 길러주는 도구로 주판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의 가치가 커지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첨단 기술은 편리하지만, 전력이나 네트워크 장애, 시스템 오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날로그적 백업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영국 타임스는 “주판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디지털 기기가 모든 답을 알려주는 시대일수록 사고의 근력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주판 암산에 특화된 부대를 운용하며 병사들을 일종의 ‘인간 주판’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이는 “공격으로 디지털 장비가 무력화되는 상황에서도 병참 계산과 표적 산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