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 등의 고발까지 이어지자 '주사 이모' 이 아무개 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지운 채 잠적한 상태다. 문제는 이 씨가 박나래 외에도 다른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자랑해 왔다는 점이다. 만일 이들도 박나래처럼 '주사'로 이 씨와 인연을 맺은 사이라는 점이 확인된다면 이 논란은 연예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씨는 '자칭' 중국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내·외국인 최초로 최연소 교수를 역임한 인물로, 내몽고 내에 한국 성형센터를 유치해 센터장까지 맡았다고 한다. 박나래 역시 병원에서 이 씨를 알게 돼 그를 의사라 믿었고 스케줄이 바빠 힘들 때마다 왕진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씨가 주장한 의대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설령 그가 의사면허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중국에서 취득한 자격이라면 국내 의료 행위는 전면 금지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식 방문진료로 등록된 의료기관 소속 파견 인력이 아니라면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 전문의약품 주사 시술은 불법이다. 국내 의료단체에서 이 지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이 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을 전부 삭제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이만한 양의 전문의약품이 보관돼 있다는 점을 두고 의료인들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주사 시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이 씨가 의사가 아닌데도 박나래에게 의사 노릇을 하면서 주사 등의 의료행위를 한 것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법·의료법·약사법 위반,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고발 사실을 알렸다.

박나래의 전 매니저들에 대한 '갑질' 의혹은 양측 간 맞고소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이 '주사 이모' 건은 수사가 개시될 경우 매니저들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장 사진을 촬영할 정도로 불법 시술 정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박나래의 지시에 따라 이 씨에게 시술 연락을 대신 전달하는 등의 행위가 '단순 방조'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 회장의 고발 외에도 또 다른 고발인이 이 씨와 박나래, 박나래 매니저들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향정), 의료법·약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낸 상태다.
복지부 역시 필요한 경우 행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사건이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나래 외에도 여러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자랑해 온 이 씨가 이들에게도 같은 주사 시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잉 목록에 있던 연예인들의 소셜미디어로 몰려가 "이 씨와의 관계를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이들은 대개 연예인들 사이에서 '에스테틱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퍼져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 병원이나 유명 피부과가 아니라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은 뒤 자체 화장품을 판매하는 등의 소규모 에스테틱 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연결 고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번 연결되면 피부 관리부터 피로 회복, 각종 주사까지 한 사람에게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예인들 입장에서도 편의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방송가 관계자는 "성형외과나 일반 병원은 2013년 연예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태 등 논란으로 의약품 외부 반출에 매우 민감해져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반면, 소규모 에스테틱 쪽은 연예인들이 접근하기 쉽고 비밀 유지가 비교적 잘돼서 예전에도 이런 쪽으로 많이 연결됐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 씨와 인맥을 맺은 박나래가 자신과 친한 다른 연예인들에게 그를 소개했을 가능성, 이들이 이 씨로부터 불법 주사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주사 이모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12월 9일 박나래의 갑질을 폭로한 전 매니저 2명이 그에 대해 특수상해·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박나래를 공식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고소인 조사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