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스타들의 열애설 대처법이 달라지고 있다. 일단 소문을 차단하려는 방식 대신 실제로 교제 중이라면 거짓말하지 않고 관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쪽을 택한다. 정국과 윈터의 경우처럼 굳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침묵을 통해 팬들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도 많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퍼진 팬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K-팝 스타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변화한 모습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타들의 일상이 공유되는 환경에서 거짓으로 대응했다가 자칫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 ‘역대급 만남’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을 둔 팬들 사이에서 먼저 확산됐다. 정국이 팔에 새긴 타투의 모양과 윈터의 타투가 똑같은 디자인인 데다, 비슷한 시기에 찍힌 각자의 사진에서 같은 색의 네일아트가 목격되기도 했다. 정국과 윈터가 같은 브랜드의 디자인 반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부터 정국이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 현장을 찾은 사실까지 더해져 열애설이 증폭했다.
증거가 쏟아지면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라는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정국의 소속사 빅히트뮤직도, 윈터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도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맞다’, ‘아니다’로 설명하지 않고 두 소속사 모두 입을 다물면서 사실상 연인 관계임을 인정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들의 열애설은 곧장 해외 팬덤으로도 확산해 글로벌 K-팝 팬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국은 지금의 K-팝을 전 세계에 뿌리내린 방탄소년단의 멤버이고, 에스파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걸그룹의 멤버라는 점에서 화제는 계속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멤버 뷔와 블랙핑크의 제니가 몇 년 동안 꾸준히 제기된 열애설에 대처한 방식도 비슷하다. 이들은 2020년부터 여러 차례 열애설에 휘말렸고,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는 모습부터 프랑스 파리에서의 심야 데이트도 목격됐지만 연인 관계 여부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소속사는 침묵을 택했다. 그러는 사이 목격감은 계속되면서 팬들은 물론 연예계에서도 이들이 연인 관계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이번 정국과 윈터의 경우도 그 연장선이다.
# 열애설 굳이 부인하지 않는 K-팝 스타들
최근 K-팝 스타들이 열애설 스캔들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팬덤을 의식하고 활동 계획 등을 고려해 무조건 부인했던 과거 분위기와는 다르다. 당당하게 관계를 인정해 연인 사이임을 밝히고, 헤어진 뒤에도 이를 알리면서 팬덤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2월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은 열애설이 제기된 직후 관계를 인정했다. K-팝 대표 걸그룹의 멤버와 라이징 스타인 배우의 열애설도 화제였지만, 굳이 부인하지 않고 연인 사이라고 인정해 더 큰 화제가 됐다. 다만 이들은 두 달 뒤에 결별해 짧은 공개 연애를 마무리했다. 이보다 앞서 2023년 블랙핑크의 지수와 배우 안보현 역시 열애설에 휘말린 직후 연인 관계를 공개했다. 카리나도, 지수도, 최정상급 K-팝 걸그룹 멤버의 공개 연애로 주목받았다.

이전과는 달라진 팬덤의 반응도 흥미롭다. 정국과 윈터의 경우 열애설이 불거진 직후 무작정 만남을 반대하는 의견보다 그동안 이들이 비밀스럽게 나눈 커플 의상과 네일 아트, 커플 아이템으로 보이는 팔찌 등을 확인하면서도 애써 모른 척을 해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SNS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이 같은 팬들의 의견도 자주 눈에 띈다. 실제로 가요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팬들이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더 알려지지 않도록 덮어준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연인 사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K-팝 스타들의 스캔들은 그 자체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를 흔드는 강력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열애설은 대부분 시장에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카리나와 이재욱이 열애설을 인정한 직후 SM엔터 주가는 당일 3.47% 하락했다.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이 공개된 지난 5일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의 주가는 1.86% 하락했다.
스타들의 연애를 조용히 응원하는 팬들도 있지만, 여전히 연애보다 공연이나 음악 활동 등에 더 집중해주길 바라는 팬들도 많다. 이번 열애설 직후 정국과 윈터의 팬들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과 성동구 SM엔터 사옥에서 트럭 사위를 통해 ‘커플 타투를 지우지 않으려면 그룹 활동에서 빠져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은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해 내년부터 완전체 활동을 시작하는 상황이다. 군 복무에 따른 공백을 딛고 다시 나서는 중요한 시기에 불거진 열애설에 팬들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