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로 치부되던 여성이 대한민국의 수장이 되면서 향후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방송가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아이템을 기획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KBS W <손태영의 W쇼!>의MC 손태영. 사진제공=KBS N |
MBC의 자회사 MBC플러스미디어 역시 기존 생활교양채널인 MBC라이프를 MBC퀸으로 개편했다. MBC퀸은 사회와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25~45세 여성을 타깃으로 뷰티, 패션, 연예,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담을 예정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온스타일 스토리온 패션앤 등 기존 케이블 여성채널 시장에 지상파 계열사가 합류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여성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듯 남초 현상이 두드러졌던 지상파 예능국에도 여풍이 불기 시작했다. 남성 PD들이 득세하던 시대를 지나 여성 PD들이 전면에 배치돼 굵직한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대거 론칭한 MBC는 ‘우먼파워’로 승부를 건다. 14일 첫 방송된 <토크클럽 배우들>의 연출은 여성인 최윤정 PD가 맡았다. 방송인 박미선 전현무 붐을 MC로 내세운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역시 <우리 결혼했어요> <놀러와> 등을 두루 거친 정윤정 PD가 연출한다. 15일 첫 방송된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는 6.5%의 전국시청률을 거두며 최근 5%의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던 MBC 예능국에 단비를 뿌렸다.
<개그 콘서트>를 이끄는 서수민 PD는 어느덧 KBS 예능국의 얼굴이 됐다. 그녀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것은 여성PD 전성시대를 알리는 축포와도 같았다.
강호동의 KBS 컴백작으로 기대가 높은 <달빛프린스> 역시 여성 PD의 몫이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론칭해 유재석이 버틴 <놀러와>의 아성을 깨뜨린 이예지 PD는 강호동이 함께 일하고 싶은 PD로 꼽으며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달빛프린스>의 메인 작가가 MBC <무릎팍도사>를 집필하는 문은애 작가라는 점도 강호동의 마음을 흔들었다. 강호동은 “처음 <달빛프린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책을 가지고 예능을 한다는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문은애 작가와 이예지 PD를 보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SBS의 맹주는 최영인 CP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 <고쇼> 등을 담당한 최 CP는 <강심장>의 후속작인 <강심장2-마음을 지배하는 자>까지 이끈다. 최 CP와 함께 <강심장2>를 만드는 신효정 PD 역시 SBS로 이직하기 전 KBS에서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조연출을 맡았던 실력파 여성 PD다. MBC <쇼! 음악중심>과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를 맡고 있는 조희진 CP는 “기획안 작성부터 예산 수립, 출연자와 매니저 관리까지 여성 PD들은 더욱 세심하고 꼼꼼한 편이다. 플랜B까지 수립해놓고 위기의 순간도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프로그램을 더욱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은지, 손태영, 홍록기(왼쪽부터). 사진제공=KBS N |
여성 PD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여성 MC 기용 또한 늘고 있다. 현재 방송가에는 KBS 2TV <안녕하세요>의 이영자, SBS <힐링캠프>의 한혜진,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송지효, <자기야>의 김원희 등이 메인 MC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유재석 강호동을 비롯해 신동엽 탁재훈 김제동 이경규 남희석 등 남성 톱MC들의 수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질 조짐이다.
<토크클럽 배우들>은 황신혜 심혜진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고은아 신소율 민지 등 8명의 여배우가 공동MC를 맡는 프로그램이다. 존박과 박철민이 ‘청이점(靑二點)’으로 참여하지만 토크의 주도권은 여배우들이 쥐고 있다. <강심장2>에는 배우 김희선이 합류한다. 지난달 방송된 <힐링캠프>에서 발군의 입담을 과시했던 김희선은 <힐링캠프>와 <강심장2>를 동시에 맡고 있는 최영인 CP의 러브콜을 받고 MC로 나서게 됐다.
여성 채널로 특화된 케이블 채널은 이미 다양한 여성 MC를 기용하고 있다. <겟잇뷰티>의 유진, <렛미인>의 황신혜,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의 이승연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분위기에 합세한다. JTBC는 <미라클 코리아>의 MC로 이미숙을 발탁했다. TV조선은 박미선을 진행자로 세운 <대찬인생>을 선보이고 KBS 아나운서 출신인 손미나는 TV조선 <북잇(it)수다>의 MC로 나선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단순히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여성 채널이 개국하고 여성 MC의 기용이 많아졌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 MC를 내세운 프로그램 중 성공 모델이 나온다면 여성을 중심에 내세운 프로그램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