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판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과 주말 격돌…2회 만에 8.2% 찍으며 두 자릿수 돌파 눈앞
지상파 SBS와 MBC의 금토 드라마, 케이블 tvN과 종편 JTBC의 토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주말 드라마 시장이 요즘 미니시리즈의 최대 격전지다. 여기에 종편 TV조선과 MBN도 비정기적으로 참전하고, KBS 대하드라마까지 가세해 격전의 규모가 커지기도 한다. 그만큼 시청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다.
10월 초중순, 신작 드라마가 대거 방송을 시작하면서 가을 방송가 미니시리즈 격전 구도가 완성됐다. 가장 앞서가는 작품은 9월 21일 방송을 시작해 이미 8회까지 방송하고 중후반부에 돌입한 SBS ‘지옥에서 온 판사’다. 직전 작품인 ‘굿파트너’의 기세를 이어받아 6.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방송을 시작한 ‘지옥에서 온 판사’는 6회 방송에서 13.1%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고, 8회 방송에선 13.6%까지 찍었다. 장나라-남지현 투톱 카드가 빛난 ‘굿파트너’의 기세를 ‘지옥에서 온 판사’의 타이틀롤 박신혜가 잘 이어받은 분위기다.
‘굿파트너’의 기세에 눌리는 듯했지만 변요한의 저력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10월 4일 14회 방송에서 8.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굿파트너’ 방영 기간 동안 5~6%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옥에서 온 판사’와 어느 정도 경쟁 구도를 만들며 8%대 시청률로 반등했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다. MBC는 변요한에 이어 한석규 카드를 꺼내 들어 여배우 중심의 SBS와 대립구도를 만들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10월 11일 5.6%의 시청률로 시작돼 기대감을 집중시켰지만 12일 2회 방송은 4.7%로 하락했다. 아직 초반부지만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분명 불안 요소다.
10월 12일에는 케이블 tvN과 종편 JTBC의 토일 드라마도 나란히 새로 시작됐다. JTBC ‘정숙한 세일즈’는 3.9%, tvN ‘정년이’는 4.8%로 스타트를 끊었다. ‘정숙한 세일즈’는 김소연·김성령·김선영·이세희 등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웠고, ‘정년이’ 역시 타이틀롤 김태리를 중심으로 신예은·라미란·정은채·김윤혜 등 여배우가 중심이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2회에서 바로 시청률 상승곡선이 엇갈렸다. ‘정년이’는 2회에서 8.2%로 급상승했고 ‘정숙한 세일즈’는 4.5%로 소폭 상승했다. 둘 다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정년이’의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
네 편의 드라마가 첫 격돌을 벌인 10월 둘째 주 성적표를 보면 SBS ‘지옥에서 온 판사’가 13.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며 tvN ‘정년이’가 8.2%로 2위를 기록했고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5.6%, JTBC ‘정숙한 세일즈’는 4.5%다. 유일하게 한석규라는 남자 배우 카드를 꺼내 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만 시청률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정년이’의 시청률 상승세가 어디까지 어이지느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정년이’는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국극은 연기를 하며 판소리 가락으로 대본을 얹어 부르는 음악극으로 광복 직후 여성국극단이 성행했으나 1960년 이후 쇠퇴했다. ‘정년이’는 여성국극단이 성행했던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체적인 줄거리는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다. ‘경쟁·연대·성장’은 기본적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 흐름이기는 한데 주로 호흡이 긴 연속극 소재로 쓰인다. 12부작의 짧은 미니시리즈로 이런 흐름을 얼마나 잡아낼지 관건이다.
이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김태리의 존재감이다. 김은숙 작가의 tvN ‘미스터 션샤인’으로 화려하게 드라마에 등장한 김태리는 이 작품을 통해 구한말 근대사 작품을 경험했다. 김태리는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경쟁과 연대, 성장을 다룬 작품에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tvN은 다시 김태리를 경쟁, 연대, 성장 그리고 근현대사까지 총집합으로 다루는 드라마 ‘정년이’의 전면에 내세웠다. ‘미스터 션샤인’으로 18.1%,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11.5%, 오컬트 장르물이었던 ‘악귀’로 11.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라마 판에서 단 한 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않은 김태리의 존재감은 곧 시청률 보증수표로 여겨지고 있다.
tvN 입장에서도 ‘정년이’의 성공이 절실하다. 2022년까지 자주 흥행작을 만들어낸 tvN 토일 드라마가 2023년부터 연초에 한 편씩 대박이 난 뒤 침체기에 접어드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초 ‘일타스캔들’이 대박을 냈지만 이후 단 한 편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2024년에도 3~4월에 방송된 ‘눈물의 여왕’이 엄청난 대박을 기록했지만 이후 다시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최근 방송된 ‘감사합니다’와 ‘엄마친구아들’이 연이어 호평을 받았지만 최고 시청률은 9.5%와 8.5%에 머물러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진 못했다.
‘정년이’는 2회 만에 8.2%를 찍으며 빠르게 10%에 근접했다. 다시 한 번 두 자릿수 시청률의 드라마를 배출할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셈이다. 참고로 ‘눈물의 여왕’은 24.9%로 tvN 토일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역대 3위는 김태리가 출연한 ‘미스터 션샤인’(18.1%)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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