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판사’ 이어 ‘정년이’ ‘정숙한 세일즈’ 방영…한석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돌아와 격돌
올 하반기 드라마판에서 가장 큰 이슈를 몰았던 장나라, 남지현 주연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8월 17일 방송된 7회 방송에서 시청률 1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찍었을 당시만 해도 20%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시청률 정체기에 돌입했다. 9월 6일 12회에서 14.4%까지 내려갔던 시청률은 7일 16.3%로 반등해 14일 15회에선 16.7%까지 회복했지만, 마지막화만을 앞둔 현재 시점에선 20% 돌파가 요원해 보인다.
7회부터 9회까지 시청률 고공행진이 가능했던 데에는 차은경 변호사(장나라 분)와 김지상(지승현 분)의 이혼 소송 대립이 절정에 치달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차은경의 비서이자 김지상의 내연녀 최사라(한재이 분)의 임신, 차은경과 김지상의 자녀 재희(유나 분)를 둘러싼 양육권 갈등, 재희의 양육환경조사와 그의 속 깊은 고민 등이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자극적인 소재가 이슈되며 화제성과 시청률이 모두 급등했지만, 10회 이후 드라마의 화두였던 차은경과 김지상의 이혼이 정리 국면에 돌입하면서 시청률도 다시 내려갔다.
‘굿파트너’는 최유나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신인 작가이긴 하지만 사실 그는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로 더 유명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두 번이나 출연했는데 4년 전에는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로, 최근에는 ‘굿파트너’의 최유나 작가로 출연했다.
현직 이혼 전문 변호사가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를 직접 쓴 것인데, 그만큼 다양하고 현실감 있는 이혼 에피소드들을 녹여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방송 관계자들은 기존 작가들보다 현실감 있는 내용을 참신하게 다뤄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일반적인 미니시리즈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부분이 후반 시청률에 있어선 결국 한계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야기 흐름의 중심에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의 이혼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 이야기를 드라마 결말까지 이어갔다면 꾸준한 시청률 상승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최유나 작가는 이런 일반적인 원칙을 벗어나 차은경이 이혼과 대형로펌 퇴사 이후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모습까지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시청자들의 니즈와는 다소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승세는 잠시 주춤했더라도 드라마판에 큰 ‘여풍’을 몰고온 데엔 이견이 없는 ‘굿파트너’ 의 기세를 이어, 추석 연휴가 끝나고 9월 21일부터는 후속작인 ‘지옥에서 온 판사’가 방송된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 분)가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 분)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내용을 그린 선악공존 사이다액션 판타지다.
박신혜 역시 드라마 시장에서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로 분류된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공백기를 가진 뒤 지난 1월 JTBC 드라마 ‘닥터슬럼프’로 3년여 만에 컴백해 시청률 5~6%대의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상속자들’(2013년), ‘피노키오’(2014), ‘닥터스’(2016) 당시의 기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굿파트너’가 높은 시청률로 좋은 기세를 전해준 상황에서 ‘지옥에서 온 판사’가 바통을 이어 받아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할지 여부가 방송가의 뜨거운 관심사다.
‘지옥에서 온 판사’의 경쟁작으로는 ‘굿파트너’가 주춤하는 사이 치고 올라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 tvN 토일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등이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굿파트너’의 기세에 눌려 8월 16일 2.8%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9월 14일 8회 방송에선 6.5%까지 상승했다. 여전히 1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이정도면 ‘굿파트너’ 종영 이후 치고 올라갈 기반은 닦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로 ‘가족X멜로’는 4.2%(9월 15일 12회), ‘엄마친구아들’은 5.5%(9월 15일 10회)를 기록하며 ‘굿파트너’ 종영 이후 시청률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방송가에서는 10월부터 주말 드라마 시장에서 펼쳐질 대격돌을 주목하고 있다. 9월 21일 SBS ‘지옥에서 온 판사’를 시작으로 10월 11일에는 MBC에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후속작으로 배우 한석규의 29년 만의 MBC 드라마 복귀작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방송을 시작한다.
또한 10월 12일 tvN에서 김태리를 필두로 신예은, 라미란, 문소리, 정은채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정년이’가 방송을 시작한다. 같은 날 JTBC도 김소연, 김성령, 김선영, 이세희 등 역시 여배우들이 중심인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로 맞불을 놓는다.
‘정년이’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여성국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반면 ‘정숙한 세일즈’는 전혀 다른 색깔의 드라마다.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두 드라마는 ‘여성국극’과 ‘성인용품 방문 판매’라는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며 정면 승부를 벌인다.
SBS ‘지옥에서 온 판사’도 여배우 박신혜가 타이틀롤을 맡은 상황에서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만 유일하게 남자 주인공 한석규가 주도하는 드라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한 뒤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를 그린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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