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1월 15일을 전후로 9개 구단은 미국, 일본으로 떠나 기나긴 전지훈련의 스타트를 끊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9구단 NC가 참여하며 한층 열띤 순위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신문>에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9개 구단의 동상이몽을 취재했다.
# 삼성
▲ 삼성 선수단이 1월 9일 경북 경산볼카트에서 시무식을 한 뒤 첫 훈련을 시작했다. 김상수가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스 |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상무에서 제대한 우완 강속구 투수 김현우가 정현욱의 공백을 잘 메울 것으로 본다”며 “그런 의미에서 삼성은 전력이 더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삼성은 ‘기본’을 강조했다. 원체 팀 전력이 탄탄한 만큼 오버 페이스를 경계하고, 기본을 유지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계산이었다. 계산은 정확히 적중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은 삼성은 정규 시즌 내내 부상자를 최소화했고, 한국시리즈까지 체력 안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는 지난해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 3월부터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코칭스태프와 주전선수들이 대거 차출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류중일 감독, 김한수 타격코치, 오승환, 장원삼, 차우찬, 진갑용, 김상수, 이승엽 등 8명이 2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WBC 대표팀 합숙훈련에 참가한다”며 “만약 한국 대표팀이 결승까지 오른다면 한 달이 넘게 팀을 떠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프링캠프에서 한창 몸을 만들 시기에 WBC에 나가 뛴다는 건 선수로선 분명한 마이너스다. 과연 선수들이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류 감독의 오랜 부재가 팀 훈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 SK
SK는 오프 시즌 동안 전력 누수와 수혈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먼저 FA 이호준이 NC로 떠난 건 분명한 누수였다. SK엔 이호준만 한 4번 타자와 우타 거포가 없다. 대안이라 생각했던 이재원은 부상 중이다. 마무리 정우람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한 건 이호준보다 더한 전력 누수였다.
반면 외국인 투수 2명을 한꺼번에 교체한 건 확실한 전력 수혈이었다. SK는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뛴 좌완 크리스 세든과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승을 거둔 좌완 조조 레이예스를 영입했다.
두 이 모두 시속 140km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수준급 투수로 알려졌다. 특히나 좌완 선발투수라는 강점이 있다. 지난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좌완 외국인 투수들은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벤자민 주키치(LG), 벤 헤켄(넥센), 쉐인 유먼(롯데) 등은 죄다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이호준, 정우람을 대신할 4번 타자와 마무리를 발굴해야 한다”며 “지난해 팀 도루 104개로 ‘기동력 야구’에서 꼴찌를 한 만큼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팀을 보다 빠른 팀으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두산
▲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한 홍성흔.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문제는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김승회를 롯데에 넘겼다는 것이다. 김승회는 선수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고,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투수다. 여기다 NC에 특별지명선수로 사이드암 고창성을 내준 게 뼈아팠다. 두산은 김승회, 고창성의 공백을 부상에서 회복한 우완 강속구 투수 성영훈과 상무에서 제대한 좌완 유희관가 메우길 바라고 있다.
김 감독은 “더스틴 니퍼트는 기본은 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관건은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선발투수 캘빈 히메네스”라며 “캠프에서 히메네스의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당면 과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히메네스는 여전히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에서 뛸 때 손가락 혈행장애로 고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 롯데
롯데는 표면적으론 전력 누수가 극심했다. 1번 타자 김주찬을 KIA에, 주포 홍성흔을 두산에 빼앗겼다. 하지만, 이면을 살피면 오히려 전력강화에 성공한 측면이 크다. 두 선수의 보상선수로 사이드암 홍성민과 김승회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타선이 약해진 대신 투수진은 강해졌다”고 만족하는 눈치다. 여기다 롯데는 신인 투수 송창현을 한화로 넘기고, 좌타자 장성호를 받는 행운을 맛봤다. 장성호의 가세로 롯데는 고질적인 좌타 거포 부재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롯데는 우완 에이스였던 조정훈, ‘WBC 유격수’ 박기혁이 제대하며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김 감독은 “누구 한 명에게 의지하는 야구가 아닌 팀워크에 바탕을 둔 ‘정밀한 야구’를 펼치겠다”며 “캠프에서부터 세밀한 야구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 KIA
많은 야구 전문가는 올 시즌 삼성을 견제할 팀으로 KIA를 꼽는다. 투수력이 안정적인 데다 야수진도 보강했기 때문이다. 먼저 KIA는 ‘윤석민-서재응-김진우-헨리 소사-앤소니 르루’로 짜인 선발진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완전한 FA가 되는 윤석민은 올 시즌 호투를 바탕으로 미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태도다. 선동열 KIA 감독이 “윤석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수진은 오프 시즌에 김주찬을 영입하며 크게 강화됐다. ‘1번 이용규-2번 김주찬’은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테이블 세터진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범호-김상현-최희섭’으로 구성된 중심타선이다. 세 선수 모두 부상에서 완쾌된 상태가 아니기에 선 감독의 시름은 깊다. 선 감독은 “캠프에서 세 선수의 컨디션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캠프를 통해 붙박이 마무리로 김진우, 소사, 한승혁 가운데 누가 좋을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G
LG는 스프링캠프 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룹 측에서 ‘외풍’ 감지됐고, 프런트 각 파트 팀장이 모두 바뀌며 어수선해졌지만 선수단은 상관 없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LG는 삼성에서 철벽 셋업맨으로 활약한 정현욱을 영입하며 불펜진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괜찮은 좌완 선발 이승우를 삼성에 보상선수로 내줘야 하는 아픔을 맛봤다. 여전히 포수, 투수진이 불안한 LG는 스프링캠프에서 어떻게 하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다.
# 넥센
넥센은 신임 염경엽 감독 체제 이후, 생기가 돈다. 염 감독은 매일같이 각 파트 코치들에게 과제를 내주며 ‘연구하는 야구, 공부하는 야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염 감독의 영향 때문인지 코치들은 새로운 야구이론을 받아들이고, 이를 현장에서 접목하느라 정신이 없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은 전력누수도, 보강도 없다. 지난 시즌처럼 선수들이 뛰어주고, 김병현이 부활한다면 포스트 시즌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젊은 선수들에게도 출장 기회를 많이 제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팀의 가장 큰 약점인 포수진 강화를 위해 상무에서 제대한 박동원을 주전포수로 중용할 계획이다.
# 한화
▲ 한화가 지난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모습.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영입 경쟁을 벌였던 팀들보다 금액을 높게 불렀지만, 선수들은 ‘돈을 조금 덜 받는 한이 있어도 한화보단 다른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로 등을 돌렸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구단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평양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팀을 만들겠다”며 “캠프에선 박찬호, 류현진 두 선발투수의 공백을 메우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 NC
▲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김경문 NC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승률 4할”이라며 “목표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는 걸 실력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프로가 판돈 키우고 아마가 과실 얻었다
▲ 이석채 KT 회장(왼쪽)과 김문수 경기지사. 연합뉴스 |
그렇다면 9개 구단 사장들이 판돈을 올렸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 10구단 창단 심사를 앞두고 9개 구단 사장들은 입을 모아 “야구발전기금을 누가 더 많이 내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기금을 많이 내는 기업에게 심사 시 더 후한 점수를 주겠다는 뜻이었다.
NC가 야구발전기금으로 20억 원을 냈던 걸 떠올린 KT와 부영은 50억 원 선을 고려했다. 하지만, 구단 사장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금액을 껑충 높였다. 결국 부영은 80억 원을 써냈고, KT는 이보다 2배 이상이 많은 200억 원을 내겠다고 약속하며 야구발전기금은 애초 예상액보다 4배가 뛰었다.
9개 구단 사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하나 더 있었다. 사장들은 원래 10구단 창단 승인을 끝내면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 했다. 명예의 전당 방문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승인을 끝내자마자 미국으로 가는 건 자칫 무책임한 외유로 비쳐질 수 있다”며 미국 방문길을 전격 취소했다. 대신 10구단 창단 승인을 위한 이사회 준비에 전념했다.
야구발전기금 200억 원은 전액 아마추어 야구발전에 쓰일 전망이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아마추어 유망주 장학금, 학교 야구부 창단 지원금, 야구장 시설 확충 등에 돈이 쓰일 예정”이라며 “야구계가 합심하지 않았다면 200억 원은 꿈도 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