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한국 영화계는 올해 들어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부정적인 전망을 깬 ‘만약에 우리’의 1위 등극은 위기의 한국 영화계에 올해 들어 산뜻한 첫걸음을 내디뎌 주목받는다.

2005~2024년 20년 동안 그해 최고 흥행작 20편 가운데 한국 영화는 17편이었다. 2010년 ‘아바타’, 2011년 ‘트랜스포머 3’, 2021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단 세 번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왕좌를 내줬다. 지난해에 다시 한 번 외화에 연간 최고 흥행작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년간 그 해 최고 흥행작 20편 가운데 1000만 관객 영화는 14편이다. 반면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주토피아 2’는 770만 5706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 500만 관객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5편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한국 영화는 ‘좀비딸’이 유일하다. 워낙 침체기여서 한국 영화는 물론 외화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도 외화의 강세가 예상됐다. 지난해 연말에 개봉한 ‘주토피아 2’와 ‘아바타: 불과 재’의 흥행이 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맞설 한국 영화 대항마도 마땅치 않아 보였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만약에 우리’가 흥행했다. 올해 성적만 보면 지난 1월 30일까지 206만 5833명의 관객을 동원한 ‘만약에 우리’가 205만 6095명을 기록한 ‘아바타: 불과 재’를 넘어섰다.
이 같은 흥행세가 반짝 성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누적 관객 수만 보면 ‘만약에 우리’는 232만 2852명으로 856만 8225명의 ‘주토피아2’나 667만 9898명의 ‘아바타: 불과 재’에 크게 밀린다. 지난해 11월 26일 개봉한 ‘주토피아 2’와 12월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극장가 성수기인 그해 연말에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해 누적 관객 수에서는 ‘만약에 우리’를 크게 앞선다.

‘만약에 우리’의 원작은 2018년 개봉한 유약영 감독의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다. 2020년 중국 멜로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먼 훗날 우리’는 미국과 대한민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먼 훗날 우리’에 대한 호평이 나오면서 ‘만약에 우리’를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남녀 주연 구교환과 문가영이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 영화계는 설 연휴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극장가 점령 작전을 시작한다. 유해진 박해진 유지태 전미도 등이 출연한 ‘왕과 사는 남자’가 오는 2월 4일 개봉하고,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출연한 ‘휴민트’가 2월 11일에 개봉한다. 같은 날 최우식 장혜진 주연의 ‘넘버원’도 개봉한다. 세 편 모두 설 연휴를 겨냥한 기대작이다. 이 시기, 별다른 대작 외화는 개봉하지 않는다.
3편 중 특히 ‘휴민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휴민트’는 출연진도 화려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류승완 감독은 2021년 ‘모가디슈’(361만 명), 2023년 ‘밀수’(514만 명), 2024년 ‘베테랑 2’(752만 명) 등으로 불황에 빠진 극장가에서 꾸준히 흥행작을 선보여 왔다.
‘왕과 사는 남자’와 ‘넘버원’은 전형적인 명절 영화다. 가족 단위 관객이 많은 설 연휴를 겨냥한 눈물과 웃음이 깃든 영화다.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