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철-박세리 부녀 명의의 대안학교 부지. 임대과정에서 박준철 측과 임차인 간에 잡음이 일고 있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세계적인 ‘골프스타’ 박세리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박세리 측이 자신 명의의 부지에 대안학교를 설립 인가하는 과정에서 ‘설립자에게 부당한 조건을 강요하고 불법적인 이면계약서를 작성케 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또한 박세리 측이 1억 6200만 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 2012년 7월 13일 서대전세무서가 해당 설립 부지를 가압류한 정황마저 드러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2년 전 박세리 측 부지를 임차해 대안학교를 설립 중이던 한의사 출신 김 아무개 씨(여·48)는 “박세리 측이 자신의 세금을 대신 낼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드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힌 박세리는 최근 SBS-TV <힐링캠프>에 출연해 “미국에서만 우승상금으로 126억 원, 골프를 하면서 총 50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세리 측은 고작(?) 1억여 원에 납득하기 힘든 일을 벌인 셈이다. <일요신문>이 속사정을 알아봤다.
2년 전 김 아무개 씨는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 학교 부지를 알아보던 중 공인중개사 안 아무개 씨(47)로부터 교육청 인가승인 조건에 유리한 물건을 소개받았다. 알고 보니 유명 골프선수 박세리 명의로 된 2000평 상당의 부지였다.
당시 안 씨는 김 씨에게 “대안학교 설립 후 학교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박 선수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해당 부지를 임차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안 씨에 따르면 이 부지는 박세리와 아버지 박준철 씨(63)의 공동명의였고, 당시 아버지 박 씨는 부지사용 용도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는 것.
결국 김 씨는 2011년 2월 21일 동업자 김 아무개 씨(47)와 함께 이 부지를 놓고 박세리 측과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서에는 ‘전세보증금 5억 원, 전세기한은 2021년 2월 28일까지로 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박세리 및 박준철 씨의 인감 날인이 첨부됐다.
이밖에도 이날 작성된 약정서에는 ▲임차인 김 씨 일행이 보증금(자본투자) 5억 원을 반반씩 지출하는 한편 대안학교 지분을 각각 40%씩 확보할 것 ▲박세리 측은 대안학교 지분 20%를 확보할 것 ▲대안학교 설립 명의는 박세리 측으로 하되 설립일로부터 3년 후엔 재단법인으로 명의를 전환할 것 ▲박세리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시 김 씨 일행에게 각각 20억 원씩 배상할 것 ▲박세리 측은 대안학교를 적극 홍보할 것, 이라는 사항이 추가됐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씨는 교육청으로부터 대안학교 설립인가를 승인받기 위해 지난 2년간 수억 원의 돈을 들였다. 학교부지 근처 200m 내 위치한 유해업소 여러 곳을 정리하기 위해 권리금을 물어주는 등 거액을 들였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내세운 조건이 만만찮아 여러 번 탈락했지만 사비를 들여 수차례 노력한 끝에 드디어 인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박세리 땅에 갑자기 가압류가 들어오면서 일이 틀어졌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서대전세무서가 2012년 7월 13일 박세리 측에 ‘세금을 내라’며 학교부지에 1억 62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압류했다는 것이다.
1, 2차에 걸친 학교인가 심사를 간신히 통과한 후 꿈에 그리던 학교 허가 신청일을 한 달여 앞두고 날벼락을 맞으며 김 씨는 마음이 다급해졌다고 한다. 가압류가 걸린 물건은 학교 부지로 부적절하기 때문에 박세리 측이 밀린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졸지에 학교 설립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인가 신청 기한을 넘기면 1년을 또다시 준비해야 했다.
다급해진 김 씨는 2012년 8월 31일,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김 씨는 이 계약서가 “박세리 측의 강요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김 씨와 박세리 측이 일전에 계약했던 전세기간이 종래의 10년에서 1년으로 대폭 축소됐다. 한마디로 올해 8월이 되면 김 씨는 학교설립을 해놓고 운영 중에 발을 빼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이전 계약과는 달리 월 1000만 원을 박세리 측한테 지급해야 하며 학교 부지 내 건물 한 채를 박세리 측이 사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러모로 김 씨에게 불리한 조건을 상당수 내포한 문서임은 분명해 보인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계약서를 새로 쓴 이유에 대해서 김 씨는 “계약서 작성 당일이 학교 인가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박준철 씨가 원 계약서를 파기하고 다시 계약서를 써야 부지에 걸린 가압류를 변제하기 위한 세금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세금마저 내가 내야 한다고 하더라. 아쉬운 사람이 내라면서…”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박준철 씨가 일주일에 두세 번 새벽까지 학교 건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심지어는 동 건물을 다른 사업자에게 이중으로 임대해주기까지 했다. JR이라는 회사가 이 학교부지에 사업자등록까지 냈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여기까지가 김 씨의 주장.
반면 박세리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박세리 측 한 관계자는 “박준철 씨가 학교설립을 돕기 위해 부지에 걸린 빚도 갚아주고, 건축법에 맞춰 건물변경에도 도움을 줬다. 융자가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부지에 걸린 융자도 풀어줬다. 그런데 정작 김 씨는 지난 2년 간 교육청 허가도 못 받고 학교 부지 관리에도 소홀했다”면서 “김 씨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질린 박 씨가 결국 계약 파기를 원하던 차 해당 물건에 가압류가 걸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박준철 씨는 가압류 건을 해결할 재정적 능력이 없었고, 이 사정을 알고 있던 김 씨가 “학교 설립만 되면 부지 변경을 해서 나가겠다. 세금은 내가 내 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박준철 씨의 무단침입 주장’과 관련해서도 이 관계자는 “학교 지분의 20%를 갖고 있는 박준철 씨가 부지에 들어오는 게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면서 “김 씨가 독단적으로 새로 계약서를 쓸 것을 강행했으면서 자신이 강요에 의해 이면계약서를 썼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JR’ 측에 학교부지를 재임대해준 이유”를 묻자 그는 “임시적인 사업자등록일 뿐이다. 박준철 씨가 2차 계약서에서 졸지에 20%에 해당하는 지분을 빼앗겼는데 추가적인 대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측의 주장이 판이하게 엇갈린 가운데 진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다만 박세리 측의 1억여 원에 달하는 세금을 타인이 내줬다는 공통된 주장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