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범행 당일 처음 만난 사이였다. A 씨는 9월 3일 제3자가 B 씨의 상품권을 매입하는 거래 과정에서 상품권 진위를 확인하는 등 중간 역할을 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파주로 향했다. 집을 나서면서 가족에게는 “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또 다른 남성 C 씨의 차량을 타고 파주로 이동해 B 씨를 만난 뒤 그의 차량을 타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 외부 폐쇄회로(CC)TV에는 A 씨와 B 씨가 함께 냉동창고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냉동창고는 카페 건물 옆에 설치된 약 30㎡ 규모의 컨테이너형 시설이었다. 경찰은 B 씨가 “상품권이 창고에 있다”며 A 씨를 안으로 데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잠시 뒤 창고에서 나온 사람은 B 씨뿐이었다. 당시 냉동창고 내부 온도는 영하 20도 안팎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범행이 사전에 계획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B 씨는 A 씨를 만난 당일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하고 카페 문을 닫았다. 온라인에는 이날 하루만 쉰 뒤 다음 날부터 정상 영업한다는 내용의 공지도 올렸다. 카페 내부 CCTV 일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냉동창고도 범행 직전 새로 설치된 정황이 드러났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짜 상품권이라는 사실을 A 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냉동창고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운 공간에서 A 씨가 장시간 머물며 상품권의 진위를 꼼꼼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도 “8월 말까지만 해도 냉동창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B 씨는 A 씨가 상품권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당황해 냉동창고 문을 닫았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창고에서 발견된 수백억 원대 상품권을 둘러싼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상품권은 다른 곳에서 넘겨받은 것이 아니라 B 씨가 직접 한 업체에 “촬영에 사용할 것”이라며 의뢰해 인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이렇게 만든 상품권을 대량으로 현금화해 거래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업자에게 판매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대량의 가짜 상품권이 발견된 만큼 해당 거래에 다른 불법 행위나 추가 가담자가 연루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수백억 원 규모의 상품권 거래에서 실제 매수자가 직접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별도의 감정·중개 역할을 둔 경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이 큰 규모의 상품권을 단독으로 전달, 유통하려 했다고 보기보다는 조직 내 역할 분담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품권을 이용한 불법 행위는 조직범죄에 악용돼 왔다.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사들인 뒤 되파는 할인 매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범죄수익을 현금화하거나 자금 흐름을 감추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2023년에는 일당이 홀로그램까지 정교하게 복제한 10만 원짜리 대형마트 가짜 상품권 7억 원어치를 서울 명동 일대 상품권 거래소에 넘겼다가 적발됐다. 당시 가짜 상품권 판매책과 대금 회수책이 따로 움직였고, 현금화한 돈은 환전해 중국 총책에게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 씨가 상품권 위조 조직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실제 매수자의 존재와 상품권 제작·유통 과정에 추가로 관여한 인물이 있는지 등 거래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A 씨를 서울에서 파주까지 태워준 C 씨도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