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씨는 5월 12일 오후 10시께 제주시 한림읍 자택을 나선 뒤 석 달 넘게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종 사흘 뒤인 5월 15일 장 씨의 남자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관할 파출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토대로 인근 숙박업소 등을 탐문하며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수색은 신고 당일 오후 9시께 중단됐다. 사건을 담당한 A 경장이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하면서다.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들도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철수했다.
하지만 장 씨는 그 뒤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가족은 7월 19일 다시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두 달여 전 최초 신고 처리 과정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A 경장이 장 씨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허위 처리 의혹과 부실한 초동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5월 최초 신고 당시 A 경장은 가족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장 씨의 휴대전화에는 실종 이후 A 경장을 비롯해 경찰관과 통화한 기록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내부 전산 자료에서도 A 경장이 장 씨의 정보를 삭제한 정황이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은 8월 21일 “1차 실종 신고 사건 담당 경찰관인 A 경장이 112 신고 종결 처리 외에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자료도 관리목록에서 삭제되도록 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자의 신고·발견 정보와 과거 신고 이력, 사건 해제 사유, 경찰 조치 내용 등을 관리해 수색·수사에 활용하는 내부 전산망이다. 경찰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통해 최초 신고가 종결된 경위와 시스템 자료가 삭제된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A 경장은 장 씨의 실종 신고를 부실하게 처리한 혐의로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돼 입건된 상태다. 이와 별개로 7월 22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도 수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초기 신고가 종결된 뒤 두 달 넘게 본격적인 수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 씨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가 실종된 뒤 휴대전화 사용이나 금융거래 등 뚜렷한 생활 반응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도내 펜션과 공·폐가, 보호소 등을 확인하는 한편 오는 25~26일에는 제주 전역 해안가로 수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담당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전산상 단독으로 종결할 수 없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경찰청은 8월 21일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관리자 승인 절차를 추가하는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담당 경찰관이 실종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 등을 다시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실종 사건을 직접 해제할 수 있었다. 경찰은 약 한 달 안에 시스템 개선 작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