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수는 7월 5일 오전 3시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전 연인인 60대 여성 A 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약 4년 동안 교제하다 최근 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상수가 A 씨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고소돼 처벌받을 상황에 놓이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한 달여 전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경찰에 알려진 상태였다. A 씨는 6월 8일 “전 남자친구가 못살게 군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분리 조사했지만 폭행 등 물리력 행사가 확인되지 않았고 A 씨도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아 김상수에게 교제폭력 경고장을 발부했다.
이튿날 학대예방경찰관(APO)이 모니터링에 나선 과정에서 김상수의 전화·문자 연락이 계속된다는 진술을 확인했고, 경찰은 A 씨에게 고소를 권유했다. 이에 A 씨는 6월 10일 김상수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 김상수는 그사이 A 씨에게 부재중 전화 15차례와 항의성 문자 8차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장이 접수되자 경찰은 A 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김상수에게 100m 이내 접근·통신 금지 조치를 내렸다. 법원도 김상수에게 서면경고와 100m 이내 접근금지, 연락금지에 해당하는 잠정조치 1~3호를 결정했다. 경찰은 6월 10일부터 7월 1일까지 모두 5차례 A 씨의 안전 상태를 확인했으며 이 기간 김상수의 추가 연락이나 접촉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위험 판단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경찰은 고소 접수 뒤 A 씨의 스토킹 재발 우려 등급을 B등급에서 최고 단계인 A등급으로 높여 관리했다. 반면 김상수는 별도의 ‘관계성 범죄 피의자 위험도 평가’에서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경찰은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서는 구속 등 신병 확보를 적극 검토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김상수가 피해자와 결별한 상태라는 점 외에는 고위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고위험군은 결별·외도 의심, 반복 신고, 폭력성 징후, 감금·위치추적 등 9개 항목 가운데 3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분류된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이나 사건 접수 이후 추가 접촉이 없었고 유사 전과가 없는 데다, 자진 출석해 혐의를 인정하고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판단에 반영했다.
경찰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유치장·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잠정조치 4호나 구속영장 신청 등 강제 분리 조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김상수는 6월 27일 자신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당일 밤 온라인으로 흉기를 구매했다. 이어 범행 당일 A 씨의 직장 인근에서 미리 기다리다 퇴근하는 피해자가 나타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과제로는 가해자의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꼽힌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찰 신청과 검찰 청구, 법원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경찰이 긴급 상황에서 직권으로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는 접근·통신 금지에 그친다. 위험이 임박한 경우 신속하게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도록 경찰의 초기 대응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워치 등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호수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위험을 인지하거나 피해가 발생한 뒤 신고하는 사후 대응 성격이 강해, 가해자가 기습적으로 접근할 경우 범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스토킹 범죄를 막으려면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스마트워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는 경찰이 즉시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수사 초기 단계의 임시조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