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 등기부등본과 이천시 계약정보를 대조·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주소지 이전과 수주 시점이 맞물린 것으로 드러난다. ‘한빛나무종합병원’은 2024년 2월 창원에서, 백송나무병원과 서원나무종합병원은 올해 3월 포항과 창원에서 각각 이천으로 이전했다.
이들 세 업체가 올해 들어 6월까지 체결한 수의계약은 총 17건, 5억 9241만 원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한빛이 총 8건(3억 425만 원)으로 가장 많고, 백송이 총 6건(2억 5928만 원), 서원이 총 3건(2888만 원)이다. 이 가운데 백송과 서원은 본점 이전 후 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천시 공원녹지과 발주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특히 백송은 이전 후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4월 3일, 나라장터에서 ‘이천시 지역업체’로 자격이 제한된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조경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약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수년 동안 자리를 지킨 향토 기업들도 수의계약 한 건 따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외지 업체들이 주소를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억대 계약을 수주한 것은 ‘관내 업체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 업체의 사무실 운영 형태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세 업체의 주소는 모두 이천시 향교로18번길의 한 건물 401호로 등록돼 있다.
현장 취재 결과 401호 내부는 가벽과 문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었고, 각 출입문에는 '3호', '5호', '8호'라는 표지판이 부착돼 있었다. 외견상 독립된 사업장 형태였으나 출입문마다 게시된 ‘부재 중 안내문’에는 동일한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고 우편함에는 개봉되지 않은 우편물이 다수 쌓여 있었다.
‘일요신문i’는 업체들의 운영 실태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안내판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전화를 받은 B 씨는 자신이 세 업체의 우편물 등을 관리해 주고 있을 뿐 업체 직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세 업체 어느 곳과도 고용관계가 없고 별도의 대가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직원 상근 여부를 묻자 “현장에 나가 있을 것”이라고만 해명했다. 각 업체 대표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B 씨에게 연락처 전달 및 공식 해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산림청 산림기술정보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회사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빛 대표번호로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신이 출근한 지 일주일 정도 됐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일요신문i’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다. 직원 수는 4~5명이라고 답했지만 얼굴을 보지 못한 직원들도 있다고 했고, 회사 사정이나 직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 당시 오전 9시가 지났지만 아직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사무실 전화를 착신시켜 놓았다고 했다. 서원의 대표 전화번호는 지역 번호가 경남이고, 백송의 그것은 경북이다. 두 곳 모두 전화를 걸었으나 결번이었다.
법인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세 업체는 모두 사내이사 1명만 등재된 법인이다. 각 법인 사내이사의 주소지는 경기 고양시 일산, 강원 춘천, 서울 강동구 등으로 서로 달랐다. 등기상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세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한 주소지에서 같은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외부 연락 창구까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세 업체가 실질적으로 독립된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천시의 부실한 계약 관리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이천시 계약정보 목록상 백송과 서원은 이천시 주소로 등록된 반면, 한빛은 '경기도 광주시' 주소로 기재돼 있었다. 관내 업체 자격 제한 계약임에도 전산 및 행정 절차상 기본적인 적격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일요신문i’는 이 같은 주소지 표시 오류 및 검증 누락 경위에 대해 이천시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천시는 적법한 절차와 수의계약 요건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정 업체 쏠림을 막기 위해 '1인 수의계약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계약 단계에서 사업자 간 동일 소재지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천시 관계자는 "독립된 공간과 요건을 갖추면 별도 사업자 및 나무병원 등록이 가능하다"며 "동일 주소지라는 사유만으로 계약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현행 제도상 한계가 있다"고 했다.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식지 않고 있다. 서류상 요건만 갖춘 업체가 지역 제한 입찰과 수의계약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절차적 적법성을 준수했더라도 서류상 조건만 갖춘 업체들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지역 제한 입찰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단순 서류 심사를 넘어 현장 실태 조사 등 실질적인 사전·사후 검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장 소재지만 관내로 이전하면 곧바로 지역업체와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현행 구조에서는 장기간 지역을 지켜온 향토 업체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거세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천시는 향후 검증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 관계자는 "향후 계약 및 사업 추진 시 업체별 대표자, 현장대리인, 상근인력 및 실제 업무 수행 체계 등을 면밀히 확인해 운영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라며 "독립적 운영 여부와 계약·업무 수행의 적정성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관내 업체 보호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형식적 서류 확인을 넘어 관계 당국과 지자체의 철저한 ‘현장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서원나무종합병원은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9일 법인 본점 소재지를 이천시 설성면으로 이전 등기했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jwp011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