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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수가 지난해 MBC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모습. 사진제공=MBC . |
유재석-신동엽-박명수. 지난해 연말 열린 지상파 3사 연예대상 수상자들이다. 유재석은 수성에 성공했고 신동엽은 예능 천재의 부활을 알렸다. 박명수의 경우 의견이 분분했다. 대상 자격 논란이 아니라 박명수와 MBC의 ‘이유 있는 동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일각에서는 공로상의 성격이 짙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성적표를 뽑아놓고 보더라도 박명수는 대상 수상자로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해 MBC 예능국은 암흑기였다. 6개월에 걸친 장기 파업으로 인해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유재석이 버틴 <놀러와>의 시청률은 5%를 밑돌았고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은 잠시 강호를 떠났다. <라디오스타>와 <세바퀴>를 진행하며 MBC에서 공이 높은 김구라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MBC를 떠났다.
그 사이 박명수는 <일밤> ‘나는 가수다2’를 지켰고 무너진 MBC 코미디를 살리겠다고 <코미디에 빠지다>에 출연하며 후배들과 부대꼈으며 <최강연승 퀴즈쇼Q> ‘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 등의 MC를 맡았다.
박명수는 ‘MBC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물론 시청률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를 두고 박명수의 실력 부족을 탓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총체적 문제는 MBC 내부로 귀결된다.
오랜 파업을 겪고 무너진 예능국을 재건하는 동안 MBC는 기다림의 미학을 잊었다.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을 거치며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무려 3년 가까이 기다려준 든든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MBC 예능은 신설과 폐지의 연속이었다. <일밤>의 경우 ‘남심여심’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승부의 신’ 등 다양한 코너를 배치했지만 불과 반년도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종영됐다. <최강연승 퀴즈쇼Q>도 이미 폐지됐고 ‘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 역시 위태로운 상황이다.
후속작의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현재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폐지가 결정되다 보니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서 허우적대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MC 역시 선뜻 프로그램을 맡기 어렵다. 한 방송 관계자는 “톱MC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치명적인 내상을 입는다. 때문에 ‘잘 차려놓은 밥상’을 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급하게 제작된 프로그램일수록 좋은 진용을 갖추기 힘든 이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명수는 달랐다. MBC는 위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박명수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항상 그 손을 잡았다. 표현이 좋아 ‘메인 MC’지 톱MC로 분류되는 박명수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MC는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2’에서 박명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각 가수들의 무대를 잇는 브리지 역할을 했고 통상 리포터들이 맡게 되는 무대 뒤편 진행 상황 전달까지 직접 소화했다. 지난해 말 대선개표방송 때는 추운 날씨 속에도 서울 광화문 특설무대의 MC를 맡았다.
이 관계자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이런 특집 무대의 MC로 나설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하지만 박명수는 다르다. 자리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주어진 몫을 다하는 이가 박명수다. MBC가 자신의 어깨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위기 때마다 나와서 불을 끄는 구원투수를 챙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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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MC 자리에 투입된 <세바퀴>와 <코미디에 빠지다>. 방송 화면 캡처. |
유명 연예인들이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이유는 이미지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0년차 연예인인 박명수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MBC가 헌신하는 이유는 ‘MBC 순혈 개그맨’이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MBC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당시 <코미디 하우스>에 출연해 ‘우~쒸’라는 유행어와 이승철 성대모사로 데뷔 초부터 인기를 얻었다. MBC는 그의 고향이자 도약을 위한 발구름판이 돼 준 곳이다.
지난해 MBC가 4년 만에 공개 개그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를 론칭할 때 박명수가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명수는 MBC의 코미디 부활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출연을 결심했고 그의 노력에 힘입어 고명환 문천식 정성호 손헌수 등 MBC 출신 개그맨들도 대거 참여했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당초 공개 개그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비공개 프로그램으로 이미 한 차례 녹화를 진행했지만 이 분량을 폐기하고 공개 개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재녹화했다. <코미디에 빠지다>를 연출하는 김명진 PD는 “박명수가 새벽 3시 넘도록 촬영한 분량을 폐기하고 재녹화하게 됐지만 큰 불평 없이 후배들을 독려하며 적극적으로 녹화에 임했다. 박명수는 <코미디에 빠지다>의 론칭 초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1인자로 등극한 박명수는 새해 들어 <세바퀴>의 MC 자리까지 꿰찼다. MBC 라디오국에서도 박명수를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MBC <두시의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DJ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MBC 격변기 속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예능인이 박명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박명수의 활약이 있었기에 지난해 장기 파업을 거친 MBC 예능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 폐지와 신설을 거듭하는 MBC 예능국 분위기 속에서 박명수는 오히려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