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점에서 주식을 사 모으는 전략을 수행하면 하반기 이후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합뉴스 | ||
부동산 문제야 온 국민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별달리 막힘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 문제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크다. ‘1인 1펀드 시대’를 맞을 정도로 누구나 펀드 하나쯤 가지고 있지만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요즘 주식시장이 왜 이리 폭락하는지, 또 언제쯤 이러한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알 수가 없다. 일가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황제주’로 뜨려면, 아니 최소한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총정리를 깔끔하게 한번 하고 설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주식시장 왜 이렇게 폭락하나
지난해 거뜬하게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넘으며 한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또박 또박 걸었던 한국 주식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00p 붕괴를 걱정해야 할 수준까지 급락했다.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들 역시 참담한 심정이다. 우선 이 같은 주식시장 급락 이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참을지 아니면 냅다 다 털어 팔아 버릴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주식시장이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내부변수보다 외부변수의 탓이 크다. 지난해 2월과 8월 초 1, 2차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 경기가 휘청거리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유가와 실물 가격의 상승하는 상황에서 터진 서브프라임 사태가 예상보다 파장이 크자 세계적인 신용 경색 사태를 불러 오고 있다.
대우증권 김정훈 연구위원은 “유럽은 서브프라임과 관련해서 미국과 맞물려(미국은 채권자, 유럽은 채무자) 있고 중국은 수출 증가율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 이외의 아시아 국가는 중국 의존적”이라면서 “이에 미국이 문제가 생기면 유럽이 문제가 생기고 유럽이 문제가 생기면 중국이 문제가 생기며 중국이 문제가 생기면 아시아 전체가 앓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기관의 실적이 좋지 않고 경기까지 위축되자 당연히 세계 각국 증시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 세계 증시 침체는 펀드 환매 압력으로 이어지며 환매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흥시장과 함께 유동성이 가장 좋은 한국이 집중 매도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브프라임 사태→미국 경기 악화 및 국제 금융기관 실적 악화→국제 투자기관 주식 비중 축소→유동성 뒷받침되는 한국 주식 매도’ 등으로 이어진 셈이다. 때문에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은 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적립식 펀드로 인해 주식시장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관계로 매물이 쏟아져도 다 소화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내 주식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초 37% 수준이던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최근 32%까지 줄어든 상태다.
■언제까지 침체장 이어질까
국제 금융의 불안으로 인한 이 같은 국내 주식시장 침체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제 금융 불안을 벗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 회복이 필수적인데 미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은 긍정적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 둔화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미국 경제는 추가 악화 가능성보다는 앞서 검토한 제반 정책들이 모멘텀이 되어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2%) 수준을 상회하는 완만한 회복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기회복은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하락을 가지고 온 외국인의 투매 공세도 진정될 수 있다. 외국인 매도세만 진정되면 국내 증시는 적립식 펀드로 인한 지속적인 자금 유입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다시 몰리면서 견조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반등 시점은 언제쯤일까. 우선 국내 증시의 폭락을 예견했던, 대표적 비관론자로 불리는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의 전망을 들어 보자.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주가는 크게 하락하면 반등한다. 향후 주식시장은 2∼3월까지 반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된 후에는 1500p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즉 반등 후 또다시 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이 센터장은 “주가 하락 요인이 서브프라임에서 ‘신용경색+경기둔화’로 발전했다”면서 “신용경색 부분은 휘발성이 강해 쉽게 진화될 수 있지만 경기 둔화는 별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족집게 전망으로 유명한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에 저점을 확인한 뒤 2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말에는 코스피지수 2500p, 2009년에는 3000p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 역시 “올해 주식시장을 볼 때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어렵고, 상반기 중에서는 1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700p선 내외에서는 매수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1분기는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2분기부터는 더 이상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세계 경기 회복이 진행된다면 3분기부터는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가 든 펀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펀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식시장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펀드 해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 해보거나 받아봤을 것이다. 섣부른 조언을 하기 전에 전문가들의 견해를 먼저 들어 보자.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마켓 애널리스트는 우선 “일부에서 걱정하는 ‘펀드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펀드런이란 추가적인 수익률 악화를 우려하여 대량 환매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현재 거치식이 아닌 적립식 투자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적립식 펀드 문화가 활성화되었던 2004년 이후에는 지수 조정에도 큰 폭의 자금유출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자금유출이 나타났던 때는 지수가 하락했을 경우보다도 지수가 횡보했을 경우가 많을 정도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애널리스트도 “추가적인 하락이 있더라도 주식형펀드에서의 펀드런은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며 “다만 해외주식형은 추가하락이 이어질 경우 꾸준한 자금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이탈된 해외펀드는 국내주식형 펀드로 일부 재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은 최근 펀드 자금 유출입 현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신증권 심순영 펀드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1월 셋째주, 당시 코스피지수는 -2.67%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주간 평균 수익률은 -3.40%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면서 “그러나 펀드시장으로 한 주간 5585억 원이 순유입되면서 전주 대비 700억 원 이상 자금 유입액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환매보다는 오히려 저점 매수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펀드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삼성증권 이재경 펀드리서치 파트장의 조언을 들어 보자. “올해의 투자전략의 핵심은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위험관리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투자에 있어 시장이 상승할 때 수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빠질 때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올 한해는 지난해에 거두었던 수익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그는 1700p 초반 수준에서는 국내주식형펀드에 대해 분할매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을 권했다. 지속적으로 저점에서 주식을 사 모으는 전략을 수행한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충분한 성과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의 선택은 지수를 추종하는 대형주 위주의 정통성장형을 기본으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여 하방 경직성이 검증되어 있는 가치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반면 해외펀드는 상대적으로 이머징시장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지만 위험관리 차원에서 지역을 분산하는 상품을 주된 상품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스토리가 좋은 유망 선진섹터펀드를 위험 관리차원에서 일부나마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파트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펀드는 비중이 높으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둔 투자자라면 반등시 매도 전략으로 비중을 축소하고 지역을 분산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면서 “그러나 많지 않은 비중을 보유하고 있다면 보유하는 전략을 권유한다”고 밝혔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