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상생’을 내세우며 요구하는 PL상품 때문에 일부 식음료 협력업체가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이 높다. 박은숙 기자
대형 유통업체 중 PL상품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이마트다. PL상품 강화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부분 중 하나이며 대형마트 중 이마트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매출 중 PL상품 비중이 28%를 차지할 정도”라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로 우리 쪽에서 먼저 의뢰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품질은 좋지만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을 일일이 찾아 그들에게 PL상품을 의뢰해 서로 ‘윈-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협력업체도 있다. 이마트의 일부 식음료 협력업체는 이마트가 요구하는 PL상품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마트의 일방적인 처사에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해당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PL상품을 요구할 경우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포장과 규격은 물론 가격, 보존방법, 유통기한, 영양성분, 원재료명, 주의사항 등을 적은 문구도 다 달라야 한다. 쉽게 말해 이마트 PL만을 위한 상품을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는 것. 협력업체는 한꺼번에 수백~수천 박스를 제작하고 납품한다. 이 물건들이 다행히 다 판매되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팔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마트 쪽에서 PL상품의 판매 추이를 두고 보는 기간은 대략 한 달가량이다. 보통 물건을 공급하고 나서 한 달 후에 대금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달가량 지켜본 후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가차 없이 빼버린다는 것이 협력업체 주장이다.
문제는 팔리지 않는 PL상품을 빼버린 후다.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는 이마트에서 전부 처리해준다. 대금도 주문한 양에 대해서는 모두 결제해 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협력업체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물건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어 협력업체로서는 고스란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협력업체로서는 이마트가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 한 미리 만들어 놓은 물건은 몽땅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유통기한이 문제가 아니라 자사에서 이미 팔고 있는 기존 제품과 많은 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따로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마트의 한 식음료 협력업체 관계자는 “포장과 규격뿐 아니라 글귀까지 모두 이마트 PL에 맞게 만든 제품이기에 겉포장만 바꿔서 팔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마트에서는 대부분 팔린 만큼만 결제를 해주기 때문에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품들은 고스란히 우리 손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협력업체에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데도 이마트는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으로 PL 이미지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로서는 이마트에서 발주하는 그때그때 물건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앞의 협력업체 관계자는 “만약 이마트에서 물건이 다 팔려 추가 납품 요청을 받으면 물건을 바로 갖다 줘야 한다”며 “결품이 생기면 금전적으로 미납 페널티가 붙기 때문에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즉 이마트의 주문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5% 정도 뗀 대금만 결제해준다는 것이다. 가령 1000만 원어치 물건 주문을 정해진 날짜에 맞추지 못하면 협력업체는 950만 원만 받을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이 같은 내용은 이마트와 협력업체 간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 주장이다. 종종 완제품 재고처리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 말이다.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얼마 전 재고처리도 받지 못했다”며 “아마도 이마트 본사보다 해당 바이어 문제인 듯싶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유해물질 검사비용 협력사에 전가 논란 일방적 검사 통보…수백만 원씩 ‘내고 또 내고’ 그러나 이마트가 협력업체들이 납품한 식음료에 대해 유해물질 검사를 하는 곳도 따로 있다. 서울 장충동 소재 자체 연구소가 그곳. 이마트는 협력업체들이 납품한 식음료를 일방적으로 수거, 이곳으로 보내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검사한다. 하지만 일부 협력업체 사이에선 유해물질 검사를 너무 자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유해물질 검사와 안전 검사는 자주 하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검사를 통보하고 비용도 부담시킨다는 것이다. 모든 비용을 협력업체에 전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협력업체로서는 한 번에 수백만 원이나 되는 비용을 1년에 두 번씩 치러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식음료 협력업체들은 “이마트에 처음 입점할 때도 검사비 명목으로 돈을 지불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장류 전문인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안전 검사를 자주 실시하는데 이마트가 식약청을 들먹이며 검사의 필요성을 주문해오면 모른 척할 수 없다”며 “비용에 대해서도 이마트는 연구소와 업체 사이 문제라며 뒤로 빠져 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로서는 검사 비용에만 1년에 적지 않은 돈을 이중, 삼중으로 들이는 셈이다. 이에 이마트 관계자는 “장충동 연구소는 백화점에서 주로 이용하고 이마트는 유해물질 포함 여부만 일부 살펴볼 뿐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품질관리팀이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