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가 김지운 감독 촬영장에 200인분 비빔밥을 선물 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새 영화 <라스트 스탠드> 홍보를 위해 19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65세가 된 지금도 근육질 몸매와 액션영화로 다져진 강한 이미지를 여전히 가진 그는 거친 외모와는 상반된 친근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전용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숙소가 아닌 경기도 화성으로 향했다. <라스트 스탠드>의 연출자인 김지운 감독이 현재 찍고 있는 영화 <하이드 앤 시크> 촬영장을 급습한 것.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한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 갈 때는 식사를 대접하는 ‘밥차 선물’이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전해 듣고 비빔밥 도시락 200인분까지 직접 주문했다.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영화 세트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비빔밥을 깨끗이 비운 뒤에야 숙소인 여의도의 한 호텔로 돌아갔다.
할리우드 톱배우가 한국영화 촬영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내한 일정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김지운 감독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아널드는 입국 직후에 꼭 김 감독이 찍고 있는 새 영화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공식 일정 외에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던 과거 할리우드 스타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고 말했다.
화려한 액션 스타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돼 정치인 생활을 했던 그는 이번 내한에서 주최 측에 어떠한 ‘특별 주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분위기부터 방 크기, 심지어 한국에 머물 동안 마셔야 하는 생수의 브랜드까지 까다롭게 주문하던 과거 해외 스타들의 행동과는 달랐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성룡. 새벽 2시를 넘긴 빡빡한 촬영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사진제공=MBC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기자회견과 몇 개의 매체 인터뷰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던 과거 할리우드 스타들의 홍보 방식에서도 벗어났다. 만 24시간의 짧은 일정 동안 2개의 TV 프로그램 녹화까지 마쳤다.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현장 토크쇼 <택시>와 인터뷰 프로그램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를 소화한 그는 밤늦게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일본으로 향했다.
그의 내한 행사를 준비한 영화사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붙은 톰 크루즈를 능가하는 매너와 적극성으로 빡빡한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한 덕분이다.
성룡의 1박 2일 내한 일정도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감독과 주연, 제작까지 맡은 새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 홍보를 위해 18일 오전에 전용기로 입국한 그는 곧장 서울 소공동으로 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 일정을 마치고는 한국 팬들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를 소화했다. 공식 일정이 끝난 시간은 밤 9시. 하지만 성룡은 숙소가 아닌 일산 여의도 MBC로 향했다. 밤10시부터 예정된 <무릎팍 도사> 녹화를 위해서였다. 이날 녹화는 자정을 넘겨 새벽 2시에 끝났다. 시간 개념이 철저한 해외 스타가 자정을 훌쩍 넘기고도 방송 녹화를 소화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성룡은 이튿날 아침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녹화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내한 일정을 직접 정하기로 유명한 성룡이 짠 ‘내한 계획표’를 본 영화사 쪽에서 오히려 그를 만류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건 성룡 자신이었다.
<차이니즈 조디악>의 한 관계자는 “성룡은 한번 인연을 맺은 방송 제작진과도 친근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방송 녹화 일정을 다 소화하기는 무리일 것 같아 보였는데도 본인의 의지가 강했고 피곤한 내색 없이 웃으면서 모든 일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초 내한했던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 스타로는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영화 시사회와 레드카펫 행사를 열었다. 여섯 번째 한국에 온 그가 미리 주최 측에 요청해 이뤄진 일. 특별한 이벤트 덕분에 톰 크루즈는 부산명예시민으로도 위촉됐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할리우드 스타들 친근해진 까닭 한국 ‘주요 고객’ 인정 영화 <레미제라블> 홍보 차 내한한 휴 잭맨. 내한 스타들의 수가 늘고, 이들의 행보가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건 최근 더욱 확대되고 있는 한국 영화 시장의 힘이 반영된 결과다.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의 영화 시장이 아시아 중심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역시 “한국의 감독과 배우가 미국 영화에 기용되는 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영화의 성장을 미국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와 스타 입장에서 이제 한국은 ‘주요 고객’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