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LG 세이커스와 전자랜드 엘리펀츠 경기에서 LG 기승호가 수비를 돌파하는 모습. 사진제공=KBL
# 집중력 높이는 중요한 변수
지난 2월 2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농구단 창립 3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옛날 유니폼을 입은 삼성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코트에 나섰다. 그러나 상대 팀인 전주 KCC의 집중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승부는 KCC의 81-69 승리로 끝났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각오는 오히려 원정 팀인 KCC가 한수 위인 듯 보였다. 경기 전까지 5라운드 성적은 4승4패, 삼성전은 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다. 한 라운드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인센티브가 걸려있는 미션이다. KCC는 9경기씩 치르는 라운드마다 5승 이상을 거두면 특별 수당을 지급한다.
22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강병현은 “앞 경기에서 이겼다면 미리 5승을 채워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인센티브를 위해 경기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부담감이 경기에 더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KCC는 올 시즌 꼴찌 팀이라 그동안 단 한 번도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구단은 선수들이 제발 인센티브를 받아가기를 바랐다. 선수들은 삼성전 승리를 통해 마침내 ‘보너스’의 감격을 누렸다.
# 기본은 라운드당 성적
선수는 기본 연봉에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한다. 둘을 합한 금액을 보수 총액이라 부른다. 선수 개별적으로 걸려있는 인센티브 외에 팀 전체에 걸려있는 또 다른 인센티브가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구단이 매시즌 6000만 원의 한도 내에서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목표로 특별 수당을 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가장 흔한 예가 각 라운드(정규리그는 총 6라운드)의 성적에 따라 특별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라운드당 5승 이상 즉,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면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다. 매 라운드에서 5승씩을 거두면 30승24패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무리가 없는 성적이다. 그래서 5승이 기준이 될 때가 많다.
KCC는 5라운드를 5승4패로 마무리한 선수단에 1000만 원 정도를 쐈다. 보너스 총액을 라운드 숫자로 나눈 금액이다. 10명이 넘는 선수단 규모상 개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몇 십만 원 정도다. KCC 관계자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보너스를 타는 쏠쏠한 재미가 있고 기분도 좋아지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밝혔다. 안양 KGC인삼공사 역시 라운드마다 1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건다.
원주 동부의 경우는 라운드 승수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이 달라진다. 5승이 지급의 최소 기준이고 승수가 많아질수록 수당도 많아진다. 동부 관계자는 “라운드 5승을 일찍 달성해도 동기부여를 계속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모비스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라운드당 수당 지급을 하지 않는다. 정규리그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총 두 차례 수당 정산(?)을 한다. 당연히 많이 이기면 이길수록 선수들이 받는 보너스도 많아진다. 원정경기보다는 홈경기 승리 때 인센티브 포인트가 늘어난다. 대략 6대4 비율이다. 프로는 홈 승리가 많아야 한다는 기본에 입각한 아이디어다.
# SK ‘6000만 원으로는 부족해’
지난달 19일 SK나이츠와 삼성 썬더스 경기에서 SK 권용웅이 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KBL
SK가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한 덕분에 선수들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수당을 받아갔다. 그런데 잘나가도 너무 잘나간 탓에 시즌 4라운드쯤 인센티브 총액 6000만 원이 동났다. SK는 라운드당 인센티브 외에도 연승 수당을 걸고 있다. 3연승이 지급 기준이고 이후 승리할 때마다 수당이 늘어난다. SK는 시즌 두 자릿수 연승 행진을 두 차례나 질주했고, 안방에서는 작년 11월 첫 경기부터 단 한 번도 패배를 허락하지 않은 채 연승을 이어오고 있다.
SK 외에도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 고양 오리온스, 부산 KT 등 다수의 구단들이 연승 행진에 인센티브를 걸어뒀다. 라운드 수당에 연승 수당이 더해지면 선수들은 한번에 100만 원 가까운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 대다수 구단이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때문에 개인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의 금액 자체는 많지 않다.
삼성은 라운드당 수당 외에 독특한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갖고 있다. 한 경기에서 70점 이하로 실점하면 선수들에게 특별 수당을 지급한다. 수비를 강조하는 코칭스태프의 방침에 구단이 발맞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아예 제도화한 것이다.
LG는 시즌 중반 전략 경기를 선정해 승리 수당을 걸기도 한다. 라이벌전이나 연패 탈출이 시급할 때 인센티브를 활용해 선수들의 의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SK와 KT의 ‘통신사 라이벌전’은 곧 보너스 전쟁으로 통했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 두 팀 모두 맞대결에 인센티브를 걸지 않고 있다. SK 선수들이 조금은 아쉬워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KT의 전신 KTF의 등장으로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부각된 이후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에서 SK가 우위를 점한 시즌은 올해(4승1패)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팀이 채택하고 있는 인센티브 지급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목표는 똑같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경기에 집중하고 승리에 목말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이디어의 향연이다. 모든 구단은 미리 마련해둔 6000만 원의 특별 수당 전부를 선수들이 가져가기를 희망한다. 금액 자체는 많지 않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자그마한 즐거움에 구단도 함께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세운 CBS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