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국회 내에서는 “지경위 직원들이 소관기관 등으로부터 설 선물을 받으려는 의도로 게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지경위 홈페이지 게시판을 캡처한 파일을 살펴보면 문제의 주소록은 지난 1월 25일경 게재됐다. 공교롭게도 이는 설 연휴를 불과 2주 앞둔 시점으로 각 기관 및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설 선물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더욱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은 문제의 주소록 내용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주소록에는 수석전문위원(1급 차관보급)과 입법조사관을 비롯한 지경위 소속 입법 공무원 16명의 집 주소는 물론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혀 있다. 대개 상임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해당 상임위 소속 입법 공무원들의 이름과 사무실 내선 번호만 기재된다. 이번처럼 특정 시점에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처음 주소록을 봤을 때, 황당하기 그지없었다”며 “지경위 소속 입법 공무원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자신의 집 주소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홈페이지에 올린 이유는 뻔하다. 결국 소관기관 등 사람들에게 선물을 바란다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 연휴 직전, 올린 주소록을 재빨리 왜 지우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상임위 소속 입법 공무원들은 소속 위원(의원)을 보좌하는 처지지만 입법 과정에서 실질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시하지 못할 입김이 있다. 특히 지경위는 힘 있는 상임위다”면서 “지경위가 어떤 의도로 그런 주소록을 올려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충분히 의심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경위 소관으로 있는 기관은 지식경제부 특허청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거대 공기업 등 모두 75개에 이른다. 국회 단일 상임위 중 최대 규모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지경위 관계자는 “물론 충분히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상 참고자료로 올렸던 것뿐”이라며 “단순 업데이트 자료다. 절대 설 연휴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재한 것과 설 직전, 다시 주소록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우리 주소록 양식이 그렇다. 그런데 올려놓고 보니, 우연히 설 연휴 시점이었다”면서 “우리 내부에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조성대 소장(한신대 교수)은 “배나무 근처에서 갓끈도 매지 말라고 하지 않느냐. 실제 선물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