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헌 회장(왼쪽), 백종진 전 사장 | ||
새 정권이 들어선 후 검찰이 고강도 기업수사를 진행해오고 있다는 것은 재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다. 특히 검찰이 지난 정권에서 급성장한 기업들을 주 대상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몇몇 회사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프라임그룹도 그중 하나였다.
검찰이 프라임그룹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한 것은 지난 5월 중순경부터다.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이노츠(현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주식 수백만 주를 매입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던 한국교원공제회 김평수 전 이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프라임그룹에 관한 비리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프라임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에 로비를 했는지 여부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은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증권거래법 등을 위반했다는 첩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국세청 조사 소식을 접한 프라임그룹은 국세청 직원 두 명에게 9000만 원 상당의 돈과 향응을 제공하며 세무조사를 막으려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한 국세청 직원과 친분이 깊은 세무사 A 씨와 변호사 B 씨에게도 수억 원을 주며 로비를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이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추가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프라임그룹의 당시 로비는 실패로 돌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주가조작을 통해 부당하게 차익을 얻었다고 결론내리고 12억 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했던 것. 이 때문인지 당시 프라임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국세청 직원들은 돈의 일부를 프라임그룹 측에 돌려줬다는 것이 검찰 측의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금융감독원도 프라임그룹에 대한 조사에 나서 국세청과 비슷한 결과를 도출했다는 전언이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프라임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조사를 마친 국세청은 같은 계열사인 한글과컴퓨터에도 프라임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때 프라임그룹은 국세청의 세금추징에 대해 과세적부심사를 신청했고 국세청은 2차 조사를 거쳐 앞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던 부분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검찰은 바로 이점에 의구심을 품고 국세청의 1차 조사 자료와 재조사 자료를 비교한 끝에 1차 조사 자료에는 있던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위법 사실이 2차 조사 자료에서는 빠진 것을 발견하고 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세무조사가 계획돼 있던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혐의가 2차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프라임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세무조사가 확대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프라임 그룹의 로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과세적부심의 경우 사안마다 외부 심사위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이 로비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 인사는 “검찰 조사 내용이 사실일 경우 프라임그룹은 물론 국세청에게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해 프라임그룹에서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지난 2005년 10월 이노츠가 100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할 때 주식배정을 받았던 이들이 거액의 시세 차익을 실현했던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유상증자 후 이노츠 주가는 다섯 배 이상 폭등하며 주식을 배정받았던 주주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배정받았던 이들은 백종헌 회장의 동생인 한글과컴퓨터 백종진 전 사장을 비롯해 10여 명. 그런데 검찰은 이들의 이름 중 일부는 백 회장의 차명이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 내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 소환된 프라임그룹의 한 핵심 임원이 조사 과정에서 “당시 이노츠 유상증자에서 주식을 배정받은 사람 중 몇몇은 회장님 차명”이라고 털어놨다는 것이 검찰 측의 이야기다.
이 임원이 밝힌 이노츠 주식 배정 명단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 C 씨와 유명 조직폭력배 D 씨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 모두 백 회장의 차명 주식이라는 진술이었다. 검찰은 이들과 백 회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 백 회장의 차명 주식이 맞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단 백종진 전 사장은 검찰 소환 조사에서 이러한 혐의 모두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프라임그룹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김평수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보강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프라임그룹이 김 전 이사장에게 비자금을 건넸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며 다른 정·관계 유력인사에게도 금품을 뿌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노츠 유상증자 수사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체크 중이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서는 ‘프라임 게이트’가 곧 터질 것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임그룹에서는 “아직 검찰이 조사 중인 사안으로 특별히 할 말 없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