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죽음과 공통점이 많다. 잭슨은 프레슬리의 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와 한때 결혼 생활을 해, 이미 세상을 떠난 장인어른의 위업을 잇기도 했으니, 그들은 음악적 성취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매우 근접한 관계였다. 그들이 공유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죽음의 원인. 그들은 모두 약물에 의해 세상을 떠났고, 그 뒤엔 주치의의 부주의함이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건강을 돌보았던 콘래드 머레이는 과실 치사 혐의가 인정되어 아예 유죄 판정이 난 케이스. 엄청난 돈을 챙기면서도 기본적인 의료 장비도 갖추지 않았고, 그가 제대로 돌보지 않은 상태에서 마이클 잭슨은 마취제(‘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죽었다. 그렇다면 엘비스의 곁에 있었던 조지 니코풀로스는 어떨까. 그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주치의 조지 니코풀로스와 매니저 톰 파커.
이에 유족들은 1990년대에 재수사를 요구했고 니코풀로스를 법정에 세웠지만 사건을 맡은 검시관 조셉 데이비스는 약물보다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쪽에 더 무게를 두며, 약물이 반드시 직접적 사인은 아니라는 식으로 니코풀로스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니코풀로스 박사가 뒤늦게 밝힌 엘비스의 진짜 사인. 그는 2010년에 책을 쓰면서 엘비스가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고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는데, 그는 엘비스가 죽기 2년 전인 1975년에 인공항문성형을 권했으나 엘비스는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엘비스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바로 매니저인 톰 파커였다. 그는 엘비스를 꽁꽁 얽매듯 통제했다. 불법 체류자 출신으로 사기꾼에 가까웠던 그는 엘비스가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을 가져갔고, 엘비스가 원하는 음악과 영화와는 무관한 노래와 작품들을 강요했다. 엘비스의 주옥같은 노래를 만들었던 제리 라이버와 마이크 스톨러가 ‘팽’ 당한 이유도 황당했다. 엘비스와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그렇게 되면 매니저인 자신의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들이 떠난 후 엘비스의 노래는 초기의 활기를 잃어버렸고 음악적으로 후퇴했다.
원 안은 엘비스 프레슬리(가운데)와 ‘멤피스 마피아’라고 불린 그의 측근들.
이 모든 결정은 매니저인 톰 파커가 내린 것이었다. 그에겐 엘비스의 꿈과 야망은 안중에 없었다. 그에겐 당장 손에 현금이 들어오는 일이 중요했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엘비스는 들어오는 각종 섭외와 제안에 관련된 계약서들에 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다고 한다. 비즈니스 부분을 철저히 착취당하고 있던 그는 일종의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러면서 점점 세상과 유리되었으며, 자신의 왕국인 그레이스랜드 속으로 파묻혔다.
여기에 이른바 ‘멤피스 마피아’로 불리던 그의 측근들은 두터운 ‘인(人)의 장막’을 쌓았다. 좋게 말하면 ‘식객’, 나쁘게 말하면 기생충과도 같은 존재였던 그들은 엘비스 주위를 지키며 이익을 취하던 사람들이었다. 친구라는 명목은 허울이었다. 그들에게 엘비스는 잔고가 마르지 않는 은행이었을 뿐이며, 엘비스가 점점 약물에 의존해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그 누구도 경고의 직언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끊임없이 엘비스에게 약물을 조달해주었고, 여자들을 맺어주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더욱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주변엔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줄 그 누구도 없었던 엘비스. 그의 진짜 사인은 어쩌면 외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