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이날 강연에서 “2천3백 년 전 중국 맹자는 ‘임금의 권력은 하늘이 백성에게 선정(善政)을 펼치라며 내린 것이다.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백성들은 임금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고 연설했다. 이 발언은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의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발언과 맞물려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DJ는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가 실시될 때도 침묵했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구속될 때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었다. 그렇다면 DJ는 그간 속으로 삭여오던 분노를 강연이라는 형식을 빌어 표출한 것일까. 아니면 DJ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것일까.
이와 관련,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DJ는 대통령 재임기간 중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IMF 극복’과 남북정상회담으로 본격화된 ‘햇볕정책’을 꼽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로 그 성과는 상당부분 훼손됐지만 대북송금에 DJ가 직접 개입한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는 최근 북한에 송금한 5억달러 중 정부 부담 1억달러는 DJ가 제안했고 그 조달 방법까지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두 매체는 이 같은 보도가 ‘특검 수사기록’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수사 결과라면 법원에 제출되거나 검찰에 넘겨진 것이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가 일각의 시각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대북송금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 자신이 직접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DJ로서도 견디기 힘든 일일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 자살의 가장 큰 책임이 DJ의 대북정책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DJ에게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DJ로서는 자신에게 노벨평화상까지 안겨주었고 한국 현대사에 가장 주목할 만한 치적으로 기록될 ‘햇볕정책’이 더 이상 훼손되고 폄하되는 것을 지켜보기 어려웠고, 이 같은 심경을 맹자의 ‘주권재민론’을 빌려 노 대통령에게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검찰권에 대한 독립을 선언했고 대북정책에 대한 새로운 진로을 모색해야 할 노 대통령이 DJ의 ‘메시지’에 대해 화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DJ가 비록 YS처럼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지는 않겠지만 향후 노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필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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