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호텔 내부. | ||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GDP)이 약 6000달러로 한국인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가난한 나라는 아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스스로도 동남아 일대에서 자신들이 꽤 잘사는 나라인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쌍둥이 빌딩으로 대변되는 수도 콸라룸푸르의 국제화 수준은 남달라서 한국인들이 내심 놀라곤 한다. 다만 그만큼 생활비가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든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대목이다.
가장 기본적인 주택의 경우 콸라룸푸르 한인타운에서 110㎡(30평) 정도의 콘도미니엄(우리의 아파트 개념)을 임대로 얻을 경우 한국인이 살 만한 집들은 최소한 50만~60만 원, 때론 그 이상을 줘야 한다. 영화나 TV에서 보듯 전용 수영장과 근사한 정원 등이 있는 고급 단독주택인 방갈로는 아파트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동남아 은퇴생활에서 필수처럼 여겨지는 가사도우미도 말레이시아에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나라의 가사도우미 중 자국민은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문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경우 6개월 치 이상의 월급을 선불로 줘야하는 것은 물론 비자 취득비용, 비행기 삯, 소개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월급 20만~30만 원인 가사도우미를 쓸 경우 초기 비용이 200만~30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신 ‘세계 요리 경연장’이라 불릴 정도로 싸고 다양한 먹거리와 ‘골프천국’이라는 별명에 손색이 없을 만큼 잘 정비된 골프장 등은 최근 돈을 조금 더 주고라도 이곳으로 떠나겠다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은퇴이민을 즐기고 싶다면 ‘마이 세컨드 홈(MMSH·Malaysia My Second Home)’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좋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체류기간 10년을 보장하는7 MMSH비자는 외환위기 당시 달러를 불러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달러를 가져오면 부동산 구입과 자녀교육 등 내국인이 누리는 혜택을 나눠주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부동산의 경우 본인 명의로 된 집을 두 채 이상 살 수 있고 은행대출도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최근 밀려드는 한국인 조기 유학생들 때문에 줄을 서야 할 지경인 이 나라 국제학교에 자녀가 입학할 경우 우대를 받을 수 있다.
MMSH비자 취득을 위해서는 만 50세 이상인 경우 4500만 원 정도를 말레이시아 은행에 예치하거나 연금 등을 통해 한 달 300만 원 이상의 고정소득이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예치금은 비자 발급 1년 후부터 주택구입이나 자녀교육, 의료비 등이 목적일 경우 약 2700만 원까지 인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1800만 원가량은 비자가 만료될 때까지 은행에 놔둬야 한다.
나이가 만 50세 미만이라면 좀 더 큰돈이 필요하다. 우리 돈 9000만 원가량을 말레이시아 은행에 넣어야 한다. 이 역시 1년 후부터는 7200만 원을 인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3억 원 이상의 집을 살 경우에는 나이에 관계없이 1800만 원의 예치금만 넣으면 되는 새로운 조항도 생겼다.
태국
태국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여행 삼아 다녀와서 알다시피 공산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대비 만족도가 꽤 높은 곳이다. 수도 방콕과 왕실 휴양지 후아힌, 세계적인 리조트들이 밀집한 푸켓 등은 여타 도시들에 비해 물가수준이 꽤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는 “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방콕의 경우 유명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쇼핑하기 좋은 도시’로 여러 차례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다. 특히 수쿰빗 등 외국인 거주 지역은 한국의 백화점은 흉내도 못 낼 규모와 시설을 갖춘 초대형 쇼핑센터들이 줄지어 서있어 기가 질릴 정도다.
가사도우미 등은 현지인을 고용하는데, 공식적인 경로로 소개비를 주고 고용해도 월급이 15만 원 수준에 불과해 큰 부담이 없다. 태국에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는 교포들의 경우 집에 두세 명의 가사도우미를 두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태국의 단점은 단연 언어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영어가 통하는 나라이고 인도네시아어는 알파벳을 사용하기 때문에 뜻을 몰라도 최소한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뱀이 기어가는 듯 보이는 태국글자는 도무지 가까이하기 쉽지 않다. 여행 삼아 갔을 때는 이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영어로는 길을 묻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말레이시아 음식(맨 위)과 골프장. 맨 아래는 태국 스파. | ||
태국에서 장기체류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롱스테이 비자’가 있다. 롱스테이 비자는 태국 정부 은퇴청이 설립한 TLM(THAILAND LONG-STAY MANA GEMENT)이라는 회사가 발급한다. 현지 은행에 3000만 원 이상의 잔고만 있으면 쉽게 얻을 수 있고 1년 단위로 연장을 할 수 있다.
탁신 전 태국 총리가 만들었다는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를 사는 방법도 있다. 한 사람당 2500만 원, 부부일 경우 3500만 원의 가입비를 내면 평생을 태국에서 살 수 있는 ‘VIP카드’다. 전 세계 고위 인사들을 태국으로 초청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이 카드를 구입하면 방콕공항의 VIP 창구를 이용할 수 있고 스파와 골프장 등이 무료다. 특히 이런 혜택들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것들이어서 엘리트 카드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가량이 한국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태국의 일반 은퇴비자를 받는 것이다. 만 50세 이상인 외국인이 대상이며 현업에서 은퇴하고 장기체류를 원하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다. 월 200만 원 정도의 연금수입이나 태국 내 은행에 3000만 원 정도의 잔고가 있으면 발급받을 수 있다. 유효기간은 1년이며, 만기가 되면 본인이 알아서 연장해야 한다.
필리핀
7000개가 넘는 군도로 구성된 필리핀에서 한인들은 대부분 수도 메트로 마닐라가 위치한 루손섬에 모여 살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한인들은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어학연수 등의 목적으로 들어오는 유학생 숫자까지 더하면 15만 명가량의 한국인들이 루손섬 일대에 상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의 장점은 비행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와 언어 소통이 쉽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특히 언어 문제의 경우 필리핀 현지인들도 ‘따갈로그’라는 고유의 언어를 주로 쓰고 영어는 보조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이 때문에 그들의 영어도 그리 유창한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이 점이 오히려 한국인들에게는 반가운 대목이다. 중학교 수준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서로 의사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생활비는 줄이면서 생활수준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은 집에서 쓰는 기계를 줄이고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전기료가 가장 비싼 나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반면 가사도우미 등 단순노무직 종사자 수는 아시아 최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빨래의 경우 세탁기 구입비용에다 수도료와 전기세를 더하면 아마 빨래만 전담하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집 근처 세탁소에 매일 빨래를 맡기는 것보다 더 비싸질 것이다. 가사도우미 월급이 한 달 5만 원을 넘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 말이다. 운전기사도 마찬가지여서 대개 월급이 15만 원 수준이며, 20만 원을 준다고 하면 운전기사는 물론 보디가드 역할까지 해주겠다고 나서는 현지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필리핀의 치안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필리핀은 미국처럼 총기 사용이 허용된 나라여서 총기 관련 강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등 치안이 다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필리핀에서 준이민 상태로 영구 거주할 수 있는 비자는 특별투자비자(SRIV)와 특별은퇴비자(SRRV)가 있다. 우선 투자비자는 필리핀에 75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진다. 그 투자금액을 유지하고 있으면 계속 필리핀에 거주할 수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이 비자를 이용하면 된다.
은퇴비자는 만 35세부터 49세까지는 약 5000만 원, 50세 이상인 경우 약 2000만 원의 예치금을 내야 한다. 50세 이상인 경우 한 달에 80만 원 이상(부부일 경우 100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면 예치금을 1000만 원만 내도 은퇴비자를 받을 수 있다. 동반가족을 포함해 3인까지는 추가 예치금이 없다. 더 많은 사람을 동반할 경우, 예컨대 4인 가족일 경우에는 일정액의 예치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모든 수속 절차를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에이전트를 통하더라도 추가비용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필리핀 해변가(맨 위). 인도네시아 페스티벌(가운데)과 태국 시내 상점. | ||
국토가 크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각광받는 요즘,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다.
동서로 길게 뻗은 국토는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가려면 비행기로 7시간을 날아가야 할 만큼 광활한 데다 아시아의 몇 안 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일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인도네시아는 아직 쓰나미와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먼저 떠오르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재해들은 특정지역에 국한돼 발생하는 것으로 수도인 자카르타 등 대도시는 안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카르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도시화가 진행돼 있으며 한국인들도 꽤 많은 숫자가 큰 불편 없이 정착해 살고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자카르타는 3군데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중앙에 위치한 모나스(Monas)지역과 남쪽의 슬라탄(Selatan), 북쪽의 올드 바타비아(Old Batavia)라고 불리는 올드 하버 시티(Old Habour City)로 구분된다.
이 중 남부 자카르타의 경우 현지 고급 공무원과 상류층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표적인 부촌이다. 그 중에서도 폰독인다는 고급주택이 밀집한 대표적인 신흥주거지로, 이곳에는 외국인학교를 비롯해 대형쇼핑몰 골프장 고급 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 주목을 받는 남부 자카르타의 블록엠 지역은 고급 주거지로 재평가받으며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자카르타 중심부의 아파트들은 월 50만 원 정도면 괜찮은 수준으로 구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 수도세와 전기료 등 관리비 10만 원 이상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국가 인프라 구축이 아직 미흡한 탓에 수도료와 전기료가 꽤나 비싸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인에게는 필수옵션인 인터넷 비용이 추가로 5만 원가량 들어간다.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를 고용한다면 고정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만 한 달 100만 원 이상 들 각오를 해야 한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은퇴비자’라 불릴 만한 제도가 없었지만 2년 전인 2006년 8월부터 인도네시아 법무부가 한국을 은퇴비자(Visa dan Izin Keimigrasian Bagi Wisatawan Lanjut Usia)발급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55세 이상이면 발급받을 수 있는 인도네시아 은퇴비자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필요로 하는 일정 서류 양식과 인도네시아 이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제반 서류 양식 등을 제출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은퇴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 양식은 거주할 주택의 구매 혹은 임대 계약서, 가사도우미 고용 확인서, 건강·사망 보험증서 등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미화 1500달러가 매월 입금되는 예금증서 등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직은 각광받는 은퇴이민지라기보다는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은퇴비자 발급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가급적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문의해서 비자발급 대행업체를 소개받는 방식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정일환 전 월간중앙 기자 imtheto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