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영화 흥행 3위를 기록한 <7번방의 선물>에서 부녀로 출연한 류승룡과 갈소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275만 관객 기준 <7번방의 선물>이 거둔 누적매출액은 약 910억 원이다. 영화는 순수 제작비 35억 원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 등을 합해 총 제작비는 약 60억 원이다. 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넘은 한국영화가 대부분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점과 비교할 때 <7번방의 선물>은 단연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냈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20만 명이었다. 어림잡아도 1000만 명 관객이 낸 극장수입은 ‘순수익’이 된다는 의미다.
누적매출액 910억 가운데 세금과 극장 수입을 제하고 <7번방의 선물> 배급사와 제작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약 400억 원이다. 정확한 수익 배분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배급사도, 제작사도 100억대의 수입을 거둔 것만은 분명하다.
배우들도 ‘잭팟’을 터트렸다. <7번방의 선물>에서 ‘원톱’ 주연으로 나선 류승룡이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당연한 결과다. 심지어 류승룡은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이는 영화 출연료를 줄이는 대신 영화가 손익분기점 등 어느 정도의 흥행 기준치를 넘어서면 관객 한 명당 일정 금액을 받는 계약 내용이다.
물론 금액은 비공개다. 톱 배우들이 러닝 개런터로 출연 계약을 맺을 경우 보통 관객 한 명당 100원에서 200원을 책정받는다. 하지만 류승룡의 경우 이 같은 수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객 한 명당 100원 미만의 금액을 받는다고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관객 수가 1000만 명이 넘는 탓에 류승룡의 보너스 액수는 3억~4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7번방의 선물>의 한 제작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류승룡이 영화를 믿고 힘을 보탠 덕분에 흥행도 이루고 관객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돈보다 중요한 신뢰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영화 흥행에 절대적인 힘이 된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등 ‘교도소 패밀리’들 역시 일정 금액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영화의 기획부터 참여해 흥행작 탄생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핵심 스태프들은 억대의 보너스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계의 부러운 시선이 몰리고 있다.
<7번방의 선물> 흥행은 단순히 ‘돈’으로만 환산해 평가할 수 없는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블록버스터가 아닌데도 관객의 공감을 얻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흥행에 성공한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영화계 안에서는 배급사인 NEW와 제작사인 화인웍스의 성공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무대인사.
반면 NEW는 대기업 자본도, 극장 체인도 없는 중소 규모의 회사다. 직원도 30명이 채 안 된다.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부러진 화살>(345만)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까지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았고 <피에타>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도 거뒀다.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명을 넘긴 순간에 개봉한 또 다른 영화 <신세계> 역시 500만 관객에 다다르며 성공을 거뒀다. ‘콘텐츠가 좋으면 흥행 경쟁력이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실천하며 높은 흥행 타율을 이룬 셈이다.
NEW는 <7번방의 선물>이 단지 1200만 관객이 본 영화에만 머물게 두지 않는다. 이미 책으로 출간해 상당히 높은 판매 수입을 거두고 있고, 이후 뮤지컬 등 다른 콘텐츠로 개발해 후속 작품들을 내놓을 생각이다. IPTV 판매 등 부가판권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부가 콘텐츠의 예상 수입까지 합산할 경우 <7번방의 선물> 한 편의 영화로 NEW가 쌓은 수익은 1000억 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화계 한편에서는 <7번방의 선물>을 기획하고 제작한 회사 화인웍스의 ‘고난 끝 행복’에도 주목하고 있다. 충무로 베테랑 영화인들이 뭉친 화인웍스는 참신한 기획의 영화를 꾸준히 발굴했지만 아쉽게도 흥행에서는 단맛을 보지 못했다. <7번방의 선물> 이전에 화인웍스는 <마음이2>와 <챔프>를 제작했다. 두 영화는 각각 70만, 53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함께 작업한 영화인들끼리 쌓은 신뢰는 돈독했다.
와신상담하면서 <7번방의 선물>을 준비한 화인웍스는 이 영화의 연출을 <챔프>를 만든 이환경 감독에게 맡겼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 1000만 돌파 기념 파티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챔프>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연출을 맡겨준 제작사에 감사합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