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과 윤여정(왼쪽부터)은 한때 편집에 관한 갈등으로 연락을 끊은 적도 있다고 한다.
개봉을 앞둔 송해성 감독의 영화 <고령화가족>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 평소 입 바른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윤여정은 이번에도 “송해성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아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폭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여정은 송해성 감독이 연출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수녀 역으로 출연했다. 특정 장면을 두고 윤여정은 송 감독에게 “절대 자르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최종 편집본에서 해당 장면은 사라졌다. 이후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연락을 끊고 살았다는 후문이다.
송해성 감독은 “윤여정이 나오는 장면을 많이 편집했다. 분명 자르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어쩔 수 없이 편집해야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고 송 감독의 설명을 들은 윤여정은 “오해는 모두 풀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배우인 윤여정이 송해성 감독의 뜻을 수용했기에 묵은 앙금을 걷어내고 <고령화가족>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청아는 <놈놈놈>을 찍으며 통편집의 아픔을 겪었다.
정작 송혜교는 이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왕가위 감독에계 “비중이 크진 않지만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촬영 분량보다 노출되는 분량은 더 줄어들었지만 송혜교는 “열심히 찍었는데 통편집당한 배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분량을 떠나 세계적인 감독의 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을 거라 판단했다”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최근 공개 연애를 선언한 이청아는 배우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통편집’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지운 감독의 대표작인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놈놈놈)에 캐스팅된 이청아는 무려 3개월 간 중국에 체류하며 촬영을 마쳤다.
<놈놈놈>의 1차 편집본은 4시간에 달했다. 그 안에는 분명 이청아의 활약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139분의 최종 편집본에서 이청아의 출연 분량은 1분 정도였다. 결국 김지운 감독은 출연배우들과 첫 시사회를 갖는 날 이청아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통편집의 아픔을 준 배우에게 보은(報恩)한 감독도 있다. 18일 개봉된 영화 <공정사회>를 연출한 이지승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작인 권상우 정려원 주연의 <통증>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이지승 감독은 당시 조연을 맡은 마동석의 아내로 나온 장영남의 출연 분량을 통편집했다. 배우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전체를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영화 <공정사회>의 이지승 감독과 장영남.
하정우 박희순 장혁이 주연을 맡아 2011년 개봉된 법정 스릴러 <의뢰인>에서는 배우 박희순이 편집의 희생양이 됐다. 변호인 역을 맡은 하정우에 맞서는 검사를 연기한 박희순의 출연 장면이 다수 가위질됐기 때문이다.
입에 쉽게 붙지 않는 법정 용어를 외워 혼신의 연기를 펼친 법정 장면 3개가 편집됐고 검사의 개인사를 다룬 장면도 4개가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박희순에 초점을 맞춘 분량이 13분 정도 삭제되니 캐릭터의 무게감이 급격히 한 쪽으로 쏠렸다.
당시 박희순은 언론 인터뷰에서 “러닝 타임이 길면 관객들이 지친다. 검사의 캐릭터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장면이 편집돼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 것으로 만족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의뢰인>은 23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추격자>와 <국가대표>를 거쳐 <황해>와 <러브픽션>으로 바통을 넘겨받은 하정우의 흥행 불패신화가 이어지던 순간이었다. <의뢰인>의 관계자는 “박희순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장혁의 분량 역시 많지 않았지만 두 배우 모두 불평 없이 홍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의뢰인>의 흥행에 힘을 보탰다. 주연배우로서 분량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함에도 감독의 판단을 믿고 따라준 두 배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하정우는 ‘분량 이터’ ‘계상아, 미안하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윤계상(왼쪽)과 하정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윤계상의 촬영분이 상당 부분 편집됐고 하정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윤계상 입장에서는 다소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당시 <비스티 보이즈>보다 두 달 먼저 개봉된 영화 <추격자>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하정우가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또한 <비스티 보이즈>의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이 하정우와 워낙 각별한 대학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에 하정우가 출연 분량이 예상보다 대폭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하지만 이런 추측들을 차치하더라도 하정우의 연기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