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교수 겸직 금지 등 정치쇄신으로 인해 안철수 진영이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겸임교수까지 그만두라는 것은 너무 나가는 거 아닌가?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 되기 전에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자리인데…. 비례대표 의원 중에는 4년만 일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는데 생각해 볼 문제 같다.”
6월 국회를 앞둔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의 볼멘소리다. 이 의원은 기자 출신이지만 교수 출신인 주변 의원들로부터 이 같은 푸념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이러한 당내 반발 목소리에도 의원겸직 금지를 포함한 정치 쇄신 법안들은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야가 지난 1월 공동 발의한 국회법 일부법률개정안은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 영리 목적의 직업은 국회의원과 겸직할 수 없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직 의원들도 3개월 내 사직해야 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회쇄신특위에서 합의한 네 법안 중 하나가 의원 겸직 금지, 또 하나는 연금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6월 국회에서 겸직과 연금문제는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새롭게 꾸려진 여야 원내지도부 의견도 다르지 않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간담회를 갖고 “정치쇄신 과제 중에서 여야 간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6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체육단체장, 전병헌 원내대표는 객원교수지만 겸직 금지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에서는 의원연금 폐지에 있어 대부분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이지만 의원겸직 금지는 어느 선까지 할 것인지를 두고 물밑조율 중이다. 변호사·의사 겸직 금지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교수·자영업·체육단체장의 겸직에 관해서는 반발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교수 출신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교수에서 시작한 의원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의원연금에다가 본업까지 내려놓으라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전병헌 원내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겸직 금지 문제를 고수하는 데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한 ‘견제심리’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진입 장벽을 높여 장기적으로 안철수 의원 측의 독자세력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미 안철수 의원 측에서 정치권 바깥에서 신선한 인물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자칫 이번 여야 쇄신 움직임에 묻힐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겸직 금지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권에 신선한 인물을 찾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이번에 안 의원 측이 오디션으로 뽑은 보좌관 역시 민주당 출신 아니었나. 인재 영입에 있어 상당 부분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대선캠프 정책포럼에 참여한 한 국립대 교수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을 떠올려 보면 안철수 캠프에 변호사와 교수 출신들이 특히 많지 않았나. 이분들이 향후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져 공천을 준다고 한들 본업을 버리고까지 나설지는 미지수”라며 “정치 쇄신의 일환이라지만 정치권에 참신한 인재를 가로막는 결과가, 특히 선거를 앞두고 중도 포기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국회쇄신특위 간사로 활동 중인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겸직 금지는 이미 여야가 합의해 법안이 운영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운영위 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기존 합의대로 처리하면 된다”며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한번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법안 자체가 누더기가 돼버린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모든 직업의 겸직을 금지한다면 정치권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직업 정치꾼을 양성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며 “이미 다른 부분에서 특권을 내려놓기로 한 만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겸직 금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