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반적으로 해외펀드로 돈이 몰리고 국내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개미들이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를 선호한 덕에 국내 펀드 환매가 늘었다. 무엇보다 올해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급반전한 것은 주목해볼 만하다.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거치식 펀드와 매달 꾸준히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의 차이가 올해 최대 이슈를 만든 것이다.
새내기 직장인 박 아무개 씨(30)는 증시에 직접 투자했다가 아픈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로 재테크 투자전략을 변경했다. 손해난 원금을 생각할 때 은행 적금 이자로 언제 원금을 회복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목돈을 투자하기에는 돈이 없었다. 결국 매달 월급에서 꼭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 30만 원씩을 불입하기로 마음먹고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그런데 그때가 하필 2007년 10월 말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p) 선을 넘어섰을 때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더니 급기야 2008년 10월에는 지수가 1000p 선 밑으로 떨어졌다.
박 씨는 펀드 투자를 계속해야 되는지 의문이 들었고 주위에서는 잠시 중단했다가 바닥에서 다시 돈을 넣으라는 충고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선이 증시 바닥인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박 씨는 투자를 지속했다. 적립식 펀드 가입 후 8개월이 지난 2008년 6월에 240만 원이던 원금이 각종 수수료를 포함하지 않고도 200만 원이 안 됐다. 펀드 수익률은 -20%대를 기록한 것이다.
그 이후 놀랄 만한 반전이 생겼다. 바닥 모를 추락을 보이던 증시가 바닥을 찍고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올 1월에는 1200p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때 박 씨는 펀드 수익률을 보고 깜짝 놀랐다. 1월 펀드 수익률이 26%를 기록한 것이다. 지수 2000p 선에서 투자했지만 1000p 선이 붕괴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은행 이자 5년치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이는 적립식 펀드의 장점인 지수 조정으로 개별종목이 하락해 보유 주식의 단가는 계속 낮아지면서 물량은 늘어나는 일명 ‘물타기’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적립식 펀드 투자의 최대 장점으로 지수의 흐름이 알파벳 U자형일 때 최고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매달 꾸준히 원금을 늘려 나가기 때문에 조정기에는 주식 매입단가가 계속 낮아지다가 증시가 반등할 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 씨는 2007년 말 이른바 꼭지에 펀드에 가입했지만 최근 적립식 국내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원금을 회복한 사례가 속출하면서 적립식 펀드의 진가를 확인했다.
반면 거치식으로 가입한 해외주식형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여전히 부진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올 들어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최고 수익률을 차지한 것은 브라질 펀드다. 국내에 출시된 19개의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지난 23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55.9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여전히 -31.59%로 원금 손실 상태다. 그 다음으로 러시아펀드(연초 이후 수익률 52.40%), 인도펀드(50.15%) 등이다. 이들 펀드 역시 1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69.39%, -2.93%로 원금 손실 상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많이 떨어진 해외 펀드의 경우 무작정 기다린다고 해서 원금을 회복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펀드도 저점에 추가 매수해 평균단가를 낮추거나 과도하게 올랐다고 판단될 때 파는 등 변동성을 이용하는 투자전략을 써야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중을 높게 가져가라고 충고한다. 국내 경기 저점이 확인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해외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이 3분기(7∼9월)부터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성장형 펀드에 좀 더 비중을 두라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 펀드의 경우 비과세 혜택도 사라진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의 강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전망이지만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폐지됨에 따라 해외 펀드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올 하반기에도 중소형주의 매력은 유지될 전망인 만큼 중소형주 펀드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은 “경기 회복이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형주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증시 상승에는 한계에 있다”며 “녹색성장 테마인 신성장동력, 신재생에너지 등의 정부 정책 수혜 종목을 보유한 펀드를 고르되 성장형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