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예정돼 있는 남북당국회담이 때 아닌 '암초'를 만났다. 회담을 앞두고 남북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생긴 것은 '장관급' 회담으로 알려진 이번 만남에 남과 북에서 누가 나오느냐다. 남측에서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파트너로 원하고 있지만, 정작 북측에서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의 파트너를 테이블에 내세울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북측에서 김양건 부장이 나오지 않을 시,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아닌 한 단계 아래 등급의 협상자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이렇게 남북간 서로 '급'만 따지다 어렵게 잡은 남북당국회담 자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의 근본은 역시 남북간 전혀 다른 국가 체계와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중심은 행정 수반인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부, 즉 내각이 자리잡고 있다. 각 내각 부서의 수장은 알려졌다시피, '장관'으로 칭한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국가는 이러한 한국의 사정과는 전혀 다르다. 북한의 중심은 정부, 즉 내각이 아닌 당이다. 물론 북한 내에도 내각은 존재하지만, 이는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 수준의 의미일 뿐, 실권은 오로지 당에 있다.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다르니, 남과 북 사이에서는 '급'을 두고 이해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내에서 당 소속의 통일전선부장은 남측의 장관급보다 본인들 스스로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생각한다. 우리로 따지면 장관이 아닌 '부총리' 쯤으로 생각하는 것. 더군다나 현재의 김양건 부장은 한국의 청와대 수석보다도 실권이 앞서는 '당 비서'직까지 갖고 있다. 이는 그 이전에도 북한은 장관급 회담에 부부장급 인사를 내보내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두고 지난 6일에 있었던 실무자 회담서 매끄럽게 매듭 지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원활한 회담 진행을 위해서라도 남북 상호간 '급' 문제는 서로 이해를 통해 합의해야 할 '난점'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