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바사바 정태환 사장은 “수없이 많은 닭을 튀기며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 냈다”며 치킨 안주를 선보이고 있다. _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을 튀기는 일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맛있게 튀겨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이것이 성공을 좌우하는 비결이죠.”
‘값싸고 맛있는 닭’을 내세워 가맹점 94개를 개설, 창업 7년 만에 경쟁이 치열한 치킨 시장에 안착한 정태환 사장이지만 그 역시 처음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94년 무렵, 부모님의 화훼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당시 농가에서는 꽃을 자르고 묶기 위해 600만 원대 고가의 자동화 기계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일본에서 40만 원 정도에 불과한 기계를 발견한 겁니다. 수입 대행업체를 통해 한국에 들여와 대박을 터뜨렸죠.”
한 달에 700만~800만 원의 순수익이 남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손을 잡았던 수입대행업자가 판매대금을 들고 도망을 가 한순간에 5억 원이라는 빚더미에 앉고 말았단다. 그는 절망에 빠졌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공사장에서 6개월 동안 일을 해 1200만 원을 모았다. 휴일을 맞아 재래시장을 지나던 그에게 가마솥에 튀긴 할머니의 5000원짜리 닭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막 개점한 지방 할인점 앞 6.6㎡(2평)짜리 코너에 보증금 200만 원과 월세 70만 원으로 계약을 하고 가마솥 치킨 판매를 시작했다. 싼 값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루 300마리를 판매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맛이 없었던 거죠. 그냥 가마솥에 튀겨내면 되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하루 10마리도 못 파는 날이 이어지면서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영업이 끝난 뒤 닭을 수없이 튀겨봤다. 책을 사서 염지법도 익혔다.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배운 것이다. 그리고 3개월 뒤,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자 가게를 팔라는 사람들도 줄을 섰다. 결국 권리금 1500만 원에 코너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할인점에 입점하는 닭튀김 전수 창업에 나섰다. 200만~500만 원의 전수 비용을 받고 100여 곳에 닭튀김 전문점을 개설했단다. 이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발판이 됐다.
“장사가 잘 되어도 테이크아웃 판매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치킨호프전문점이라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문제는 부족한 자금이었다. 마침 지인이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치킨호프전문점을 개설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연락이 왔다. 점포를 방문한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인건비를 받지 않고 점포를 운영해주는 대신 간판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기재해 달라고 주문한 것. 창업자가 흔쾌히 응하면서 치킨호프전문점 운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 사장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초벌구이를 하고 손님이 주문을 하면 짧은 시간에 닭을 다시 튀겨내는 방식으로 서비스 시간을 단축했다.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맛에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40㎡(12평) 점포의 매출은 하루 300만 원을 쉽게 넘어섰다. 장사가 잘되자 그의 예상대로 간판에 기재된 휴대폰으로 가맹점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며 프랜차이즈 사업에 시동이 걸렸다.
이때 정 사장은 브랜드를 ‘사바사바’라고 정했다. 사실 사바사바는 우리말 뜻도 있지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의미하는 일본어가 더 널리 사용돼 접하는 이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럼에도 정 사장이 그렇게 이름붙인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그룹 룰라의 노래 ‘날개 잃은 천사’의 경쾌함을 너무 좋아해 “천사를 찾아~ 사바~ 사바사바”에서 따온 것.
이후 그는 회사 이름도 ㈜사바F&B라고 지었다가 지난해 ‘맛의 달인’이라는 의미의 ‘마세다린’이라고 바꾸었다.
여하튼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는 닭튀김 전문 기사를 모집, 교육을 시킨 뒤 가맹점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40여 개의 점포가 추가로 개설됐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 가맹점주가 닭을 싸게 공급하겠다며 다른 16개 가맹점을 이끌고 나가버린 것.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창업자금이 부족했지만 딱한 사정을 호소해 여러 가지로 편의를 봐주고 가맹점을 개설해 준 사람이었거든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나니 가맹 사업에 대한 회의가 들더라고요.”
자신의 브랜드를 모방한 경쟁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자 그는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 가맹점 개설 속도를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교육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매장 인테리어에도 변화를 주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와 메뉴에 편의성과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맹점 매출은 20~30% 상승했고, 지난해 본사 매출도 80억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는 가맹점 개설에 여전히 까다로운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좋은 상권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맹점 수는 100개를 훌쩍 넘었을 것이란다. 신중한 상권 선택으로 지금까지 폐점한 점포도 단 한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홀이 있는 치킨호프전문점을 고집해 온 그이지만 최근에는 소자본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배달전문 치킨전문점을 준비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하는 배달전문점의 경우 점주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사의 지원 시스템도 구축했다. 사바사바치킨의 인기 메뉴를 묶어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두 마리 치킨’(9000원) 메뉴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800만 원 상당의 저렴한 오븐기도 확보했다. 현재 경기도 용인에 23㎡(7평) 규모의 시범 점포를 개설한 상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