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시자들>의 한 장면.
주연 배우 설경구를 비롯해 <감시자들>의 제작진은 촬영 도중 군인과 경찰에 포위당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서울에는 비행 고도제한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설경구는 “수도방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가 출동했다. 서울 사대문 안에는 고도제한이 있는데 헬기로 촬영 중에 수도방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의 안테나에 걸린 거다. 모르고 밥을 먹고 있었는데 식당이 포위됐었다”고 회상했다.
<감시자들>의 제작진은 도심 촬영을 교묘히 이용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기보다는 그들을 엑스트라 삼아 현실감 넘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설경구와 한효주는 실감나는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촬영을 감행했다. 도심 한가운데서 시민들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숨어 다니는 것이 배우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감시자들>의 첫 장면이 문제의 신이다. 신입 요원인 하윤주(한효주 분)가 입단 테스트 차원으로 황반장(설경구 분)을 미행하는 내용이 담긴 이 장면은 유동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역에서 촬영됐다.
조의석 감독은 “시민들에게 사전 설명 없이 찍은 장면이다. 카메라를 커다란 박스에 숨겨 보이지 않게 한 후 촬영을 진행했다. 실제로 시민들이 설경구와 한효주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 웹툰>의 엄기준.
극중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아파트가 등장한다. 사건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행복맨션이 그곳이다. 과거의 비밀과 현재의 사건을 연결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행복맨션으로 쓰일 만한 장소를 물색하는 데 공을 들였다.
폐허에 가까운 분위기에 아파트 벽면에는 영화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끔찍한 그림까지 그려 넣어야 했기 때문에 허락을 받기 쉽지 않았을 법하다. 최종 섭외된 곳은 서울 정릉동의 스카이아파트와 고덕동의 시영아파트. 재건축을 앞두고 철거 작업이 시작된 아파트였기에 섭외가 가능했다. <더 웹툰>에 등장하는 행복맨션의 건물 외관은 스카이아파트, 지하실은 시영아파트에서 촬영했다.
폐허가 된 아파트에 촬영을 진행했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주민 항의가 접수됐다. 엄기준이 행복맨션을 찾아가며 전화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촬영할 때 철거를 앞둔 아파트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연신 항의한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기준이 직접 나섰다. 영화 외에도 다수 드라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엄기준은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막걸리를 사다 드리기도 했다. 유명 배우가 직접 나서 양해를 구하자 주민들도 더 이상 항의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더 웹툰>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배우가 직접 나서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엄기준은 촬영 내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문제없이 촬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봉된 <이웃사람> 포스터.
수백 곳의 아파트를 찾아가 읍소했지만 섭외에 실패한 제작진은 결국 주민들이 떠난 지 이미 5년이 지난 부산 만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촬영하게 됐다. 하지만 실제 주민이 사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아파트 한 동을 리모델링했고 그 과정에도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