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시티 회식에서 웃는 모습이 포착된 기성용. 스완지시티 트위터 영상 캡처.
이후 홍명보 감독이 최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꼽히자 느닷없이 친구들과 여행 사진을 올렸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좌우에서 포즈를 취한 친구들이 착용한 모자에 새겨진 문구가 모호했다. ‘MB’였다. 이게 홍명보의 영문 이니셜로 지목되자 또 다시 기성용은 “상상력이 지나치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 2월 또 다른 개인 계정을 통해 과거에 남긴 글들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렸다.
논란이 일자 기성용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방식은 이전처럼 모호했다. 에이전트가 보낸 달랑 한 장짜리 사과문이 전부였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반성의 기미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과문도 가관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가대표팀 일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전해졌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 팬들은 ‘이유야 어찌됐든’이라는 부분에 고개를 저었다. 반성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 여기에 페이스북에 또 한 번 애매모호한 글을 남겼다. 시인 이석희의 ‘누가 그랬다’라는 시를 인용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후략).”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고, 결국 기성용은 모든 SNS 활동을 접었다.
거의 동시에 축구협회도 아주 난감해졌다.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이 아들을 대신해 사과의 뜻을 전했을 때만 해도 “선수 본인도 그 가족들도 사죄했으니 용서해주자”는 기류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논란을 일으키면서 분위기는 더욱 애매해졌다. 용서하지도, 그렇다고 과감히 회초리를 들 수도 없는 형국이 됐다. 징계를 쉽게 주기 어려운 건 전례가 없다는 점, 징계를 줘도 과연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느냐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파장은 감수해야 했다. 당연히 언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공중파 TV 방송사와 스포츠 전문지 등 대다수 유력 매체들은 기성용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물론 몇몇 매체들은 “굳이 크게 사태를 키우고 상처를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기성용만 상처를 받은 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기성용은 그간 공헌과 업적을 고려해 엄중 경고 조치만 하되,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진 않겠다”로 끝낸 축구협회의 징계 수위를 떠나 축구인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대표팀에 항상 한결같은 성원을 보여주던 축구팬들도 큰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