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그러나 광주 새 구장은 건립비용의 30%에 해당하는 300억 원을 KIA가 부담하며 애초부터 새 구장 명칭에 ‘KIA’를 넣을 수 있는 구장명칭 사용권(네이밍라이트)과 25년 동안의 무상 사용권리를 시로부터 넘겨받았다. KIA는 미국, 일본의 예를 고려해 모그룹 이름이 들어간 ‘KIA 파크’ 혹은 ‘KIA 드림필드’ 등으로 새 구장 이름을 지으려했다. 그래야 구장을 모그룹 브랜드 강화와 홍보 도구로 쓸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구장명칭 사용권을 행사할 시 대부분 지역명을 뺀 채 기업명을 넣는다. 지자체에서도 이를 양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KIA의 바람은 광주시의 요구와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광주시는 “새 구장 건설에 시민의 혈세가 대거 투입된 만큼 지역명을 넣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고, 한술 더 떠 지역 시민단체는 “시가 건설비 30%가량을 부담한 KIA에 지나친 특혜를 줬다”며 발끈했다. 결국 KIA는 광주시와 협의 끝에 지역명과 기업명이 함께 들어간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로 새 구장 명칭을 확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야구계는 광주 새 구장 명칭을 두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모 구단 관계자는 “구장 명칭에 지역명이 앞에 들어가면 결국 ‘광주구장’으로 통칭될 수밖에 없다”며 “구장명칭 사용권을 획득한 기업이 지역명을 빼고 기업명만으로 이름을 짓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시민단체의 특혜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프로 스포츠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라 하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에 묻고 싶다. 어느 나라에서 연고지 기업이 300억 원이나 투자해 새 구장 건설에 참여하는지 말이다. 국외 구장 건설 비용은 대부분 연고지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은 프로야구를 공공재나 기업의 사회봉사 차원으로 판단해 한 해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며 야구단을 운영한다. 그런 기업들에게 구장명칭 사용권을 준다고 특혜라 운운한다면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전부 특혜가 판치는 나라들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시민단체의 몽니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2011년 9구단 NC가 창단할 때 통합 창원시는 유치 조건으로 새 구장 건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는 NC가 창원을 연고지로 삼을 땐 조용히 있다가 막상 협상을 끝내자 “어째서 시가 야구장 건설을 전액 부담해야 하느냐”며 “구장의 실질적 주인인 NC가 건설비의 절반을 부담하라”고 주장했다. 최근엔 진해 지역 시민단체가 “새 구장이 마산, 창원이 아닌 우리 지역에 세워져야 한다”며 “한국야구위원회(KBO)나 NC가 진해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할 경우 서울에 올라가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 방침”이라고 압박하는 실정이다.
수원시 시정연구소 조용준 박사는 “프로구단은 수익 창출이 목표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공장이 들어설 지역이 정해지듯 구장 역시 구단이 판단할 몫이다. 지역 시민단체가 프로 스포츠를 정쟁의 도구나 지자체 견제의 수단으로 악용할 때 결국 프로 구단은 해당 연고지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프로 스포츠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지역민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