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시위 등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불교계 대표들을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3월 초부터 ‘불자경제인연합회’(불경연) 창립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불경연의 전반적인 창립 준비는 조계종 총무원 주도하에 포교원 신도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이미 불경연준비위원장을 선임하고 창립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원장은 안홍구 전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사무총장이 맡았다.
지난 3월 18일 공무원불자연합회 관계자는 “안홍구 전 사무총장이 불경연 준비위원장을 맡은 건 맞다”고 확인했다. 불경연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불경연은) 아직 말 그대로 준비 단계이기 때문에 특별히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안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안 위원장의 말처럼 지금까지는 준비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불경연의 성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이름에 비춰 ‘경제인’을 중심으로 한 불교인 단체가 창립 준비에 들어간 만큼 재계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정도다.
그런데 조계종 안팎에서는 불경연 태동 배경이 오는 5월 21일 ‘석가탄신일 특별사면’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조계종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초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청와대에서 만남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정치인을 제외한 재계 인사 중심의 석탄일 사면 건의안’에 대한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건의안에 올릴 인원은 120명가량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일각에는 사면 건의안 작업을 위한 청와대와 조계종 접촉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시작돼 왔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그간 주호영 특임장관이 나서서 기독교 성향이 강한 이 대통령과 조계종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는 것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주 장관은 대통령인수위원회 때부터 이 대통령의 옆을 지킨 최측근이었음에도 지난 2008년 8월 “최근 이 정부 들어서 종교, 공무원의 종교편향 사례, 불교를 무시하고 푸대접하고 억압하는 사례가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불교계 입장을 대변하도 했다.
어쨌든 석탄일 사면 건의안에 대해 고심하던 총무원 측은 불심이 두터운 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면 건의안 명단을 작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불경연 창립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불경연 창립 진행 상황은 꽤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불경연 회장으로 ‘정부와 가깝고 유명한 재계 인사’를 세우자는 방침을 정해놓고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의 교감을 통해 사면 건의안에 관여하는 단체인 만큼 정부와 가까우면서도 인지도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을 만한 인물을 뽑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조계종 안팎에서는 K 그룹의 L 회장을 연합회장으로 추대 준비 중이라는 구체적인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K 그룹 측에서는 “회장님이 조계종으로부터 특별한 제안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장님이 불교에 가깝긴 하지만 사실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경연 출범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오는 3월 27일 청와대와 조계종은 이 대통령과 자승 스님의 오찬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불경연의 발족 배경과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계종 측에서는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 신도팀은 불경연의 준비 배경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어떻게 알았느냐”며 놀라움을 표시한 뒤 “아직 외부에 밝힐 단계가 아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청와대와 조계종의 관계개선 작업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제기한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기독교 성향으로, 불교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현 정권인 만큼 이번 조계종 주도의 사면안을 반영함으로써 이를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고 동시에 조계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는 영남권의 표심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