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으로 국정수행 책 임이 더 막중해진 고건 총리가 사촌 집안의 비 리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 일 청와대에 들어온 고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 ||
뿐만 아니라 KDS의 ‘수출어음 보험사고’와 관련, 현재 미국에서는 관련 기관들 간에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 고씨 일가에 대한 수출보험공사측의 특혜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일 국회 산자위의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정식으로 거론됐다. 지난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파문으로 국정 수행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고 총리의 입장에서는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집안 문제가 속앓이를 더욱 깊게 하고 있는 것.
물론 고 총리측은 “KDS 사건과 자신은 하등 관련이 없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친인척과 관련한 비리라는 점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기업인 KDS는 지난 83년에 설립된 회사로 70년대에 고석영씨에 의해 설립된 ‘두고그룹’이 모태. 고석영씨는 지난 88년 회사의 경영권을 장남인 고정 전 회장에게 넘겼고, 이후 KDS의 사세는 급속도로 확장됐다.
90년대 ‘누드PC’와 ‘최소형 슬림 노트북 및 모니터’ 등으로 국내 IT업계에서 ‘신화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KDS는 한때 시가총액에서 국내 재계 순위 49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 회사는 삼보컴퓨터와 공동으로 미국에 PC 판매법인 ‘이머신즈’를 설립, 지난 2000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 회사는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곪아가기 시작했다. 의욕이 지나쳤던 고정 전 회장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원인이었다. 그러던 중 고 전 회장은 지난 98년 회사의 상장을 위해 금감원에 로비를 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말았다. 이 일로 KDS의 경영은 고정 전 회장의 동생인 고대수 전 사장이 맡게 됐다.
고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했으나, 이미 무리한 사업 확장과 국내 IT산업의 침체 등이 겹치면서 회사 사정은 극도로 악화돼 있었다. 특히 지난 2001년 5월 이머신즈가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면서 KDS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결국 2001년 하반기부터 경영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끝에 2002년 초반 이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 2월에는 주인이 바뀌고 말았다. M&A를 통해 K사의 신아무개씨에게 매각된 것. 하지만 이것으로 고씨 일가의 불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KDS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 결국 고 전 회장은 분식회계 및 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초 구속됐다.
당시 부산지검 외사부는 “분식회계로 회사의 경영 실적을 부풀린 뒤 금융기관으로부터 3조원대의 자금을 부정 대출받고 회사 자금 수천억원을 해외에 빼돌렸다”며 “벤처 붐에 편승한 경영주의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가 부실해진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 고대수 전 KDS 사장 | ||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고 전 회장 등이 장부 조작을 통해 회사 자산을 부풀려 부정 대출을 받으면서 금융 관계자나 공무원 등에게 막대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오갔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이 사건은 초대형 벤처 비리 사건으로 크게 확대될 것처럼 보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KDS의 미국 현지법인인 (주)KDS USA를 수출보험공사가 고소했기 때문이었다.
고소장에 의하면 KDS USA는 수출보험공사로부터 수출보험 1천만달러를 받아 본사와 무신용장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KDS USA는 관련 계열사를 동원해 보험한도를 1억달러까지 끌어올린 뒤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선대금결제를 받고 물품대금은 지불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빼냈다.
이번 국감에서 고씨 일가와 수출보험공사측의 밀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 한나라당 신현태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2001년 KDS의 수출어음 보험사고는 수출보험공사가 이 회사 제품의 미국측 수입업체(KDS USA)에 대해 6차례에 걸쳐 인수 한도를 편법 증액해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수출보험공사는 지난 98년 KDS의 방만한 기업 운영 징후를 알아채고 99년 3월 별도로 ‘KDS 관리방안’을 만들면서까지 결제지연을 하고서도 이처럼 특혜성의 과도한 보험 한도를 책정한 배경이 무엇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