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건설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시공능력평가 35위로 전남지역 대표 건설업체로 꼽혔다. 그런 남양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은 2년 전부터 추진한 천안 두정동 사업의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부터다. 번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실패하던 남양건설은 자금난 여파로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당장 이번 달부터 시작된 은행권의 ‘정기신용위험평가’ 때문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면서도 ‘쉬쉬’하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한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A 사는 이미 월급이 중단된 지 6개월이 넘었고 내부자들로부터 조만간 무너진다는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B 사는 300여 가구 단지에서 분양이 딱 두 채밖에 안 돼 시행사 대표가 두 채를 사주고 나머지는 회사 직원들끼리 쉬쉬하며 억지 분양을 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모두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중견업체들이다.
이런 업체들은 은행권의 신용평가를 받게 되면 내부 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용평가 과정에서 미분양이 많으면 곧 ‘퇴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건설업체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더불어 오는 6월 PF 만기일이 다가오는 업체들이 상당수라는 점도 연쇄부도의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6월 입주 예정 단지를 시공한 중견건설업체가 서울에만 네댓 군데에 이른다. 입주 예정일은 곧 은행에서 PF 대출금을 회수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결국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얼어붙은 상황에서 분양에 실패할 경우 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에 맞물려 건설사들이 상당한 자금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연쇄 부도 운운하는 것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 하나 망쳐도 해외 플랜트 수주 등 다른 쪽으로 사업을 돌리면 되지만 중견기업들은 공사 하나만 망쳐도 무너진다”며 “올해 말까지 중견 건설업체들 중 30~40%가 쓰러질 것이란 얘기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