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관리에 ‘구멍’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안철수 의원이 남긴 트위터 메시지가 논란에 휩싸였다. ‘건국 65주년’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건국 65주년은 1948년 정부 수립을 의미하는 표현이지만 진보진영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광복 68주년’은 그냥 역사적 사실이지만, ‘건국 65주년’은 별로 쓰이지 않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뉴라이트 단체를 중심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쓰인 개념”이라며 “안 의원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안 의원 발언은 지난 대선 때 내놓은 입장과도 상충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가 보낸 대선 후보들의 역사인식을 묻는 질의에 당시 안철수 캠프는 “이명박 정부에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던 선열들의 희생을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입니다. ‘정부수립’과 ‘건국’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이는 우리 국민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짓느냐의 문제와 연관된 것입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심지어 캠프 측은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 8월 15일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일본에 의한 독도 강점기간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정부 수립이라고 썼다면 더 좋았겠지만 역사관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오버스럽다”며 “지난 2007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1948년은 나라를 건설한 해’라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역사관이 바뀌었다고 비판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버’까지는 아니더라도 안 의원의 메시지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안철수 대선캠프를 출입했던 한 언론사 기자는 “지금 공보나 일정 관리를 맡은 게 보좌진들일 텐데 그들이야 월급이 나오니 ‘세게’ 이야기 못하는 것이다. 최근 공보에 합류한 금태섭 변호사나 다른 측근들은 정치적 의견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언제든 안 의원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안 의원은 DJ식 보스 정치를 구사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위해 희생해 줄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게 약점이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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