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나는 왕이로소이다>, <광해>
비슷한 상황은 1년 전에도 있었다. 역시 SBS와 tvN이 당사자였다. 당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BS <옥탑방 왕세자>와 tvN <인현왕후의 남자>가 불과 한 달 간격으로 시작됐다. 사랑하는 세자빈을 잃은 왕세자가 300년 후인 서울로 날아와 전생에서 못 다한 사랑을 이룬다는 <옥탑방 왕세자>와 조선시대에서 300년 후 현대로 오게 된 선비가 안하무인 여배우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인현왕후의 남자>의 설정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당시에는 tvN 측이 서운한 빛을 보였다. <인현왕후의 남자>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가 한 해 전 같은 기획안을 들고 SBS와 미팅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송재정 작가는 <인현왕후의 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지난해 봄에 드라마 기획안이 나왔다. 그 기획안으로 SBS 측과 이야기를 했었지만 당시 그 분께서 원하시는 방향과 제가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서 접었다. 그 후 <옥탑방 왕세자>가 SBS에 편성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현왕후의 남자>가 아류라고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tvN의 한 관계자가 “송재정 작가는 방송 시작 전 이미 13부 대본 집필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인현왕후의 남자>가 한 달 늦게 방송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옥탑방 왕세자>를 베꼈다는 오해를 받는 것을 경계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고 말했다.
고 김종학 PD를 죽음으로 몰고 간 드라마 <신의> 역시 시작부터 표절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신의>보다 먼저 방송된 MBC <닥터 진>의 제작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신의>의 주요설정이 <닥터 진>과 똑같다. 현대의 의사가 과거로 넘어가 역사적인 인물들과 만나는 핵심 설정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신의>(왼쪽)와 <닥터 진>의 한 장면.
분쟁이 마무리되며 두 작품 모두 무사히 방송을 마쳤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김종학 PD 타계 후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신의>는 <닥터 진>과의 문제 때문에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 당시에도 김종학 PD가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상황은 충무로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개봉돼 1200만 관객을 모은 배우 이병헌 주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묘한 기시감을 주는 영화였다. 한 달 먼저 관객과 만난 주지훈 주연의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 역시 흡사하기 때문이었다.
두 작품 모두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주연 배우가 1인 2역을 맡았다. 또한 왕과 닮은 천민이 왕 노릇을 하게 된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게다가 제작 초기에는 제목까지 비슷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최초 제목은 <나는 조선의 왕이다>였다. 결국 간판을 바꿔 단 것은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