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나열한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알고 있다면, 요즘 가장 핫한 연예계 스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룹 크레용팝이 연예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얼핏 촌스러워 보이는 외모에 유치한 안무를 곁들인 이들은 ‘빠빠빠’라는 독특한 제목의 노래 하나로 음원시장을 싹쓸이했다. 무서운 상승세 속에 해외진출도 시작했다. 최근 유명 음반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가 크레용팝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로 했다. 미국의 <빌보드> 는 8월 14일자에서 “크레용팝 케이팝 시장에서 대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크레용팝은 대형 기획사 소속의 연예인이 아니다.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에 몸담은 것과 달리 크레용팝은 가요계에서는 노하우가 적은 편에 속하는 크롬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가요계 데뷔는 지난해 7월 말. 경력이 1년에 불과하고 멤버들의 나이 역시 1990년대 생이 대부분이다.
신선한 노래를 먼저 알아본 건 스타들이다.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빠빠빠’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해 화제를 모았고 배우 류수영과 김소연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우비를 입고 크레용팝을 흉내 내 사로잡았다. “시청률이 높으면 ‘빠빠빠’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내건 연예인도 여럿이다. 지난해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발표하자마자 여러 스타들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싸이를 패러디해 열풍에 불을 지핀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크레용팝의 성공 요인은 ‘색다름’에 있다. 현재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걸그룹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이들이 주로 택하는 콘셉트는 섹시한 의상, 완벽한 안무, 각선미 등으로 겹친다. 반면 크레용팝은 다른 길을 걷는다. 이들이 입는 의상은 원색의 운동복. 여기에 헬멧을 써 외모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멤버 5명은 각각 2, 3명으로 나눠 방향을 바꿔 뛰어오르는 일명 ‘직렬 5기통 춤’을 춘다. ‘엽기적’, ‘코미디’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하지만 중독성은 강하다. 크레용팝의 춤과 노래를 패러디하는 열풍은 마치 ‘전염병’처럼 빠른 속도로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번져나가고 있다.
크레용팝은 데뷔 1년 만에 ‘빠빠빠’라는 독특한 제목의 노래로 음원시장을 싹쓸이했다.
미국 빌보드가 주목한 점도 크레용팝이 보여주는 새로운 케이팝의 매력과 ‘팝저씨’ 팬들이 보내는 절대적인 반응이다. 7월 말 한국을 찾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실무자들이 한국 가요계를 살펴본 뒤 그 가운데 유일하게 크레용팝과 계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반응을 인정한 결과다. 소니뮤직 측은 “크레용팝의 차별화된 시도와 독창성에 많은 감명을 받았고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와 콘텐츠로 판단해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크레용팝은 데뷔를 준비하면서 매달 한 차례씩 일본에서 게릴라 공연을 벌여왔다. 현장에서 관객의 반응을 직접 살피면서 경험을 쌓았고 대중이 좋아하는 다양한 춤과 노래를 체득해왔다. 크레용팝의 모습이 일본 그룹들과 분위기가 겹치는 건 바로 그런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크레용팝은 ‘빠빠빠’의 인기를 이을 신곡을 작업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목표를 ‘공연형 가수’라고 말한다. TV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무대에 오르겠다는 전략. 소니뮤직과 손잡고 세계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색다른 아이돌’로 차별화에 성공한 크레용팝이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을 딛고 ‘제2의 싸이’로 도약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이래도 아니라고?
논란에 불을 지핀 건 크레용팝이 ‘일베’와 연관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앞서 크레용팝 일부 멤버들은 트위터에 글을 쓰면서 ‘일베’에서 주로 쓰는 전직 대통령들을 비하하는 은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심지어 팬사이트 게시판에 ‘일베’ 사이트를 연동해 놓은 사실까지 뒤늦게 밝혀져 의심을 더욱 키웠다.
논란이 가열되자 소속사는 “일베 활동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한 단어를 사용할 이유도 없고, 그 단어들이 비하 의미로 이용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본 그룹 모방 의혹에도 “지난해부터 크레용팝이 유지했던 콘셉트”라며 표절과 선을 긋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