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재계를 길들이기 위한 새누리당 전략이라며 폄하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우리 경제가 연기금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 2004년 발언을 비춰보면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후 지지부진했던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 논의가 최근 여권 내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받은 후 “원칙대로 하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후부터다. 보건복지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도 얼마 전 투자 기업의 장기 수익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과 주주권을 원칙적으로 100%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연금 사회주의로 흐르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에 대해 과거 우려하지 않았느냐”면서 “기업을 장악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싱크탱크 출신의 한 교수는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투자 측면에서 봤을 때도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연금공단 지분율을 감안했을 때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그 권한은 막강할 전망이다. 반대로 적은 지분만 가지고 순환 출자 등을 통해 그룹을 지배했던 일부 재벌 총수 일가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7.43%) 포스코(6.14%) 신한금융지주(7.28%) 네이버(8.91%) KB금융지주(8.92%) 5곳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현대자동차(6.99%) 현대모비스(7.17%) 기아차(6.01%) SK하이닉스(9.41%) LG화학(7.69%) SK이노베이션(8.59%) LG전자(9%) 등은 2대 주주다.
특히 이전까지 개별종목의 지분율이 10%가 넘으면 5일 이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했으나 자본시장법이 개정(매입한 날 다음 분기 첫째 달 10일까지)됨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