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5000만 원, 경쟁 붙으면 천정부지
최나연은 국내 여자골퍼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 연합뉴스
KLPGA 투어에서 몸값의 기준은 시드다. 시드(출전권)를 손에 넣은 선수의 메인스폰서 계약금은 5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기준은 1년 동안 투어에 출전하는 경비다. 20여 개 대회에 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지출되는 비용이 5000만 원 정도다. 미 LPGA 투어로 진출하면 이보다 많은 약 1억 5000만 원~2억 원 정도가 투어 경비로 사용된다. 당연히 기본 계약금도 그만큼 올라간다.
출발점은 같지만 선수에 따라 몸값은 천양지차다. 메인스폰서를 비롯해 모자의 양 측면, 어깨, 가슴 등에 로고를 붙이는 서브스폰서의 경우엔 특별히 정해진 금액이 없다. 단, 메인스폰서의 50% 이상을 넘지 않는 게 관례로 여겨질 뿐이다.
서브 스폰서는 정해진 숫자도 없다. 여자골프 최고 몸값으로 유명한 최나연(26)처럼 7~8개의 서브 스폰서를 두는 선수도 있다.
이밖에도 몸값은 여러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루키의 경우에도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아마추어 시절의 우승 횟수 등에 따라 몸값이 달라진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 계약금은 1억~1억 5000만 원 정도까지 뛴다. 지난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김지희(19·넵스), 올해 신인이 된 전인지(19·하이트) 등이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 루키다.
박인비. AP/연합뉴스
지난해 김효주의 영입을 위해서 러브콜을 보낸 기업만 3~4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때 모기업에서는 메인과 서브, 용품까지 모두 사용하는 조건으로 10억 원까지 베팅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신인과 달리 경력 선수의 몸값은 프로무대에서의 성적이 기준이다. 여기에 스타성(외모, 상품가치, 이미지)까지 갖추면 몸값이 3~4배 이상 뛰는 건 순식간이다.
지난해 3승을 올렸던 김자영(22)은 올해 LG와 계약하면서 연간 약 4억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년 전 데뷔 당시 몸값보다 5배 이상 껑충 뛴 금액이다.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 상승효과로 이어졌다. 김자영 역시 2~3개 기업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대기업에서 스포츠마케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A 씨는 “프로의 몸값을 올리는 건 경쟁이다.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시장논리다. 기업마다 기본 틀을 정해두고 그에 맞는 적절한 몸값을 책정하지만 원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몸값은 예상 수준을 크게 웃돌게 된다. 일부 선수 중에선 이런 경쟁을 잘 이용해 몸값을 크게 올려 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최나연, 신지애, 박인비 ‘퀸오브퀸’
신지애. 로이터/뉴시스
그녀의 모자를 접수한 건 SK텔레콤이다. 프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9년째 최나연의 메인스폰서를 자처하고 있다. 모자 왼쪽은 KDB대우증권이 접수했다. 의류 후원사인 헤지스골프는 오른쪽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양팔도 온통 기업들의 로고로 가득하다. 오른팔에는 스카이72 골프장과 오클리 2개의 로고가 붙어 있다. 차량을 후원해주는 랜드로버는 캐디백을 차지했다. 캐디백 안에는 일본의 골프용품업체인 던롭스포츠의 스릭슨 클럽이 들어있다. 이밖에도 자생한방병원, 차앤박피부과, 엘크레제 헤어숍 등도 그녀를 후원하고 있다.
9개의 후원사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은 어마어마하다. 일반적으로 스폰서 계약금은 비공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밝히지 않는 게 업계의 속성이다.
최나연의 경우 계약금을 받는 스폰서는 모두 6곳이다. 추정된 금액은 약 17억 원이다. 부분별 금액은 모자를 접수한 SK텔레콤이 가장 많다. 연간 계약금만 약 10억 원 정도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 밖에 클럽 후원사인 던롭스포츠를 포함한 5개 기업으로부터 각각 1억~3억 원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최나연의 단짝친구 신지애(25)의 몸값도 비슷한 수준이다. 신지애는 2009년 미래에셋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면서 5년간 75억 원(인센티브 포함)을 받기로 했다. 연간 계약금 15억 원으로 최나연을 뛰어 넘는다. 이 밖에 재규어 자동차와 다우케미컬, 코오롱FnC(잭니클라우스), 미즈노 등이 서브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올핸 최나연과 신지애를 위협하는 새 강자도 등장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다. 그는 4월 KB금융그룹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2년 넘게 메인 스폰서 없이 무적 선수로 활동하던 박인비는 새 스폰서를 만난 뒤 성적도 날개를 달았다. 박인비는 올해 6승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국내 여자골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는 ‘원조 골프여왕’ 박세리(36)다. 2003년 CJ와 계약 당시 연간 20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아직까지 박세리를 뛰어 넘은 선수는 없다.
# 김하늘, 김효주, 김자영 국내파 1~2위
왼쪽부터 김하늘, 김효주.
김하늘은 메인스폰서인 KT를 비롯해 혼마골프, 르꼬끄골프 그리고 한컴, 크리스탈밸리 골프장 등이 김하늘을 붙잡고 있다. 김효주는 롯데가 메인스폰서를, 헤지스 골프와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 등이 서브 스폰서다. 김자영은 LG가 모자를, 혼마골프와 휠라 등이 어깨와 팔 등을 나눠가졌다. 양수진은 인삼공사(정관장), 혼마골프, 의류브랜드 파리게이츠가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톱 프로들의 메인스폰서 계약금은 약 4억~5억 원 선. 서브 스폰서는 5000만~1억 원 정도가 시장가격이다. 스폰서 수에 따라 많게는 7억~8억 원, 적게는 5억~6억 원을 받는다.
KLPGA의 집계에 따르면 여자 프로골퍼를 후원하고 있는 기업의 수는 약 40여 곳.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KLPGA 투어 선수 가운데 메인 스폰서가 없는 경우도 전체의 약 10%에 달한다. 이들에겐 상금이 수입의 전부다.
기업들이 여자 골퍼들에게 수억, 수십억 원의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홍보 효과다. S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프로 선수 후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직·간접적 홍보다. TV 및 언론 노출 등을 따졌을 때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 수천억 원의 광고 및 홍보 효과를 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밖에 의류나 골프용품 회사의 경우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영로 스포츠동아 골프 전문 기자
때론 후원사도 후덜덜
프로골퍼들의 주 수입원은 상금과 스폰서 계약금, 그리고 스폰서로부터 받는 인센티브로 구분된다. 인센티브는 말 그대로 보너스다.
일반적으로 메인스폰서는 성적에 따라 ‘50%-30%-20%’의 룰을 적용하고 있다. 우승 시 상금의 50%, 준우승 또는 5위 이내 진입 시 30%, 10위 이내 20%의 보너스를 주는 게 관례다.
정해진 규정은 아니다. 기업마다 그리고 선수마다 조건이 다르다. 아주 특별한 경우지만 우승 시 100%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이런 조건을 받는 선수는 1~2명에 불과하다.
그 밖에도 ‘70-50-30’ 혹은 ‘30-20-10’ 등 협상에 따라 인센티브 조건이 달라진다.
인센티브는 성적뿐만 아니라. 메이저 대회 우승 시 더 많은 보너스를 주기도 하고, 세계랭킹과 각종 수상 내역(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 등)에 따라서도 수당 형식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인센티브에 플러스 옵션만 있는 건 아니다. 간혹 마이너스 옵션을 계약서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성적이 저조해 정규투어에서 마이너투어(2부 또는 시드 상실)로 내려가게 될 경우 되레 계약금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다음해 계약금에서 마이너스만큼을 제외한다. 드물지만 계약이 파기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성적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지는 만큼 인센티브는 선수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엔 계약금을 덜 받는 대신 인센티브를 높게 책정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예로 2010년 최나연과 5년간 재계약을 체결한 SK텔레콤은 계약금을 높여주는 대신 인센티브를 낮췄다. 앞서 2009년 최나연이 LPGA 투어 2승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면서 계약금을 훨씬 상회하는 인센티브를 받게 돼 후원사 측에서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이후 SK텔레콤은 재계약 과정에서 계약금을 올려주는 대신 인센티브 상한제를 적용했다.
4월 KB금융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박인비(25)도 인센티브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인비는 KB금융그룹과 계약 이후에만 4승을 추가했다. 계약금 이외에 인센티브로 챙긴 돈만 1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보너스 상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회 중 기록하는 홀인원이나 이글, 코스레코드 등과 같은 성적에 따라서도 짭짤한 부수입을 챙긴다.
9월 8일 끝난 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은 상금에 인센티브 그리고 홀인원 부상까지 한번에 6억 원의 대박을 거머쥐어 화제가 됐다. 우승상금 3억 원에 후원사 인센티브 50%, 그리고 홀인원으로 1억 5000만 원 상당의 고급 외제 승용차와 1200만 원 상당의 손목시계를 부상으로 받았다.
인센티브란 말 그대로 경영성과다. 프로골퍼들의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게 된다.
주영로 스포츠동아 골프 전문 기자
더 많은 계약금 위해 성형 불사
일반적으로 A급 선수들은 계약금으로 연간 3억~5억 원을 받는다. A급 중에서도 특A급으로 분류되면 부르는 게 값이다. 최나연, 신지애, 박인비 등이 특A급에 속하는 선수들이다.
실력과 기록 말고도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스타성이다. 기업이나 매니지먼트가 말하는 스타성이란 외모와 상품성, 인기 등이다. 실제로 선수와 후원사의 계약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력을 뛰어 넘는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모 골프전문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여자 프로골퍼를 후원하는 데 있어 외모 35%, 기록 30%, 능력 20%, 성격 10%, 기타 5%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와 맞물려 있다. 돈을 내고 후원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선수의 실력과 이미지를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선수가 얼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 매니지먼트의 관계자는 “상품성, 즉 외모는 스폰서 계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라도 외모 때문에 기업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 같은 판단 기준은 이미 정착단계까지 이르렀다. 좋은 후원사, 더 많은 계약금을 받기 위해서 다이어트에 성형까지 불사해야 하는 게 여자골퍼들의 씁쓸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표면적인 기준 이외에도 한 가지 더 중요한 조건이 있다. 구단 형식으로 운영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수 개인과 기업과의 계약이기에 ‘보이지 않는 절대의 힘’이 작용할 때가 많다.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는 A 사의 한 관계자는 “극히 일부의 얘기지만 간혹 그 어떤 기준보다 회사 내 최종 결정권자의 의사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성적이 곤두박질 쳤더라도 ‘계약금을 올려줘라. 기간을 연장하라’라는 오더가 내려오면 그것으로 끝인 경우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주영로 스포츠동아 골프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