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신인 빌리 해밀턴을 챙겨주는 넉넉한 마음 씀씀이로 눈길을 끌고 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해밀턴의 강점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역대 최다 기록인 155도루를 성공시킨 빠른 발이다. 해밀턴은 9월 확장 로스터를 통해 메이저리그로의 입성 이후에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추신수 역시 해밀턴의 능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해밀턴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디뎠다. 세인트루이스와의 지구 라이벌전 0-0으로 맞선 7회말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대주자로 경기에 나선 해밀턴은 과감한 2루 도루 성공 이후 토드 프레이저의 적시타로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해밀턴의 도루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대 포수가 현역 최고의 수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야디에르 몰리나였기 때문이었다.
해밀턴은 이후에도 경기 막판 접전 상황에서 대주자로 등장해 13일까지 4차례의 도루를 모두 성공시켰으며 세 차례나 홈을 밟았다. 지난 8일 다저스전 끝내기 득점 역시 해밀턴의 몫이었다.
빌리 해밀턴.
추신수의 해밀턴 사랑이 느껴지는 일화가 하나 있다. 해밀턴이 지난 메이저리그 데뷔 첫 도루를 성공시킨 지난 4일. 추신수는 경기가 끝난 후 구단 직원을 찾아갔다. 추신수는 직원에게 그날 경기에서 사용된 2루 베이스를 해밀턴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통상 메이저리그에서 신인 선수가 데뷔 첫 안타를 치게 되면 상대 팀은 그 공을 신인 선수의 소속팀 더그아웃으로 전달하게 된다. 하지만 신인 선수가 도루에 성공했다고 해서 경기 도중 2루 베이스를 교체할 수는 없는 일.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했던 해밀턴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선뜻 말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에 추신수가 직접 나서서 향후 ‘도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해밀턴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2루 베이스를 챙겨준 것이었다. 추신수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 덕분에 한 신인 선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하나 만들게 된 셈이다.
미국 신시내티=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돌고 도는 ‘내리 사랑’ 감동
신시내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추신수 사랑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올 시즌 새로운 환경에 놓인 추신수를 직접 챙기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시즌이 시작되면 가족과 함께할 수 없으니, 미리 계획을 세워 좋은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며 무려 3주 전에 휴식일을 지정해준 베이커 감독에게 감동을 받았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었다.
추신수가 통산 100호 홈런을 터뜨린 다음 날인 지난 7일. 추신수는 베이커 감독으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다. 베이커 감독이 통산 100호 홈런을 기념해 전날의 라인업 카드를 추신수에게 전달한 것이다. 추신수는 이 외에도 어떤 선물들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베이커 감독으로부터 소소한 선물들을 종종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즌이 중반으로 치닫는 어느 여름날. 베이커 감독은 추신수를 감독실로 불렀다. 베이커 감독은 당시 미니 슬럼프에 빠져있던 추신수에게 “아시아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추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의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추신수에게 힘을 북돋워줬다.
추신수는 베이커 감독을 ‘인자하신 덕장’이라고 표현했다. 베이커 감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항상 선수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감독”이라는 말이다. 추신수와 베이커 감독의 인연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신수가 평생 기억에 남은 은사 한 분을 만난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