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승부조작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인 지난 6월에 금품수수 과거가 있는 심판과 재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KBL
하지만 부산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아마추어 농구의 심판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프로농구에서도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2012~2013시즌 초반에 터진 악재에 KBL은 비상이 걸렸다.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2008년 뒷거래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내렸던 징계 내용을 공개하면서 “해당 심판이 편파적인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과 받은 금품을 다시 돌려주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A 씨는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코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KBL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프로 관계자들은 그 일로 인해 남은 경기에서 심판 배정을 받지 못하는 징계를 받은 것 같다고 수군댔다. 당연히 뒤따라야 할 징계 처분이라고 받아들였다.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첫 날 경기가 열렸던 지난 8월 15일 잠실학생체육관. 서울 SK와 연세대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코트 주변이 술렁거렸다. 심판들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 것이다. 바로 A 씨였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구단 관계자들조차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KBL 관계자는 “매년 6월 심판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때 심판 A 씨와 재계약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심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중립성과 도덕성에 큰 위협을 가한 사건이었다. 그런 심판의 복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연맹 측은 “충분히 자숙의 시간을 보냈고 무엇보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다”고 일축했다.
시계를 작년 11월로 돌려보자. 부산경찰청의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KBL은 A 씨에게 추가 징계 조치를 내렸다. 시즌 잔여경기에 배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KBL 관계자는 “이미 5년 전에 한 차례 징계를 받았다. 경기에 배정하지 않은 것은 추가 징계라기보다는 그가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KBL은 A 씨와의 계약을 파기하지 않았다. A 씨는 지난 시즌 경기에 배정을 받지 못했을 뿐 계약된 연봉을 모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심판실 소속 직원이었던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A 씨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재계약 시기가 문제다. A 씨와 재계약을 체결한 지난 6월은 올해 프로농구를 강타했던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시끌시끌하던 시기다.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에 대한 재판이 한창 열리던 때다.
승부조작 파문은 프로농구의 존폐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몸을 사려도 모자랄 판에 KBL은 승부조작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금품수수 파문의 당사자에게 다시 휘슬을 맡기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이 열린 코트 주위에서는 “연맹이 승부조작 파문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이 민감한 시기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가오는 2013~2014시즌, A 씨의 휘슬에 웃고 울게 될 프로농구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고 금품을 반납했다고 하니 복귀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재발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관계자들의 숫자도 적잖다. 한 프로농구 구단의 코치는 “A 씨의 실력이 뛰어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 불안감 때문이다. 한 구단의 감독은 “A 씨가 코트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다시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편파 판정 여부를 떠나 금품을 받았다는 것 자체를 용납하기 어렵다. 그 자체가 승부조작 아닌가. 그런 심판이 다시 코트에 서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프로농구계에서는 금품수수 파문이 터지기 전부터 A 씨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모 구단의 감독과 유독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올 시즌 A 씨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판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는 한 관계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승부조작 파문은 결코 오래전 일이 아니다. 여전히 상처가 깊게 남아있다. 코트에서 자그마한 의심이라도 제거해야 할 판국에 의심의 불씨를 남겨놓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