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골프의 새 역사를 쓰다
리디아 고가 8월 26일 미 LPGA 캐나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골프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너무 어렸던 탓에 선뜻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프로가 없었다. 현 씨는 “한 달 레슨비가 20만 원이었는데 웃돈으로 5만 원을 더 주면서 가르쳐 달라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리디아 고가 본격적으로 골프선수의 길을 걷게 된 건 6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서다. 9세가 되던 해 뉴질랜드를 발칵 뒤집어 놨다. 보통은 11세 때부터 대회에 나갈 수 있었지만 코치의 추천으로 조금 빨리 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잡았다. 11세가 되던 해부터는 뉴질랜드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노스뉴질랜드 챔피언십을 3회 연속 우승했고, 2008년엔 뉴질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까지 출전하는 대회에서 12세 소녀가 준우승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듬해엔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의 활약은 뉴질랜드를 넘어 호주와 미국에서도 계속됐다.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프로 대회인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해 아마추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스트로크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제2의 미셸 위’라는 평가를 들었다.
리디아 고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2011년 1월이다.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뉴사우스 웨일즈 여자오픈에서 세계 프로 골프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당시 나이 14세 9개월로 일본의 골프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시카와 료가 갖고 있던 최연소 우승기록(15세 8개월)을 갈아 치웠다. 깜짝 우승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또 대회의 규모가 작아 우승할 수 있었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런 평가에 리디아 고는 실력으로 잠재웠다. 2012년 8월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국 LPGA 투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쟁쟁한 프로들을 꺾고 우승해 여자골프의 역사를 바꿔 놨다.
이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LPGA 역사상 최연소 우승(15세 4개월 2일)이라는 새 기록과 함께 1969년 조앤 카너(버딘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무려 43년 만에 아마추어 선수로 L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대기록을 썼다. 그는 올 8월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해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 프로였다면 올해만 상금 10억
리디아 고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그는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거물’이 됐다.
리디아 고는 올해 LPGA 투어 11개 대회에 초청선수로 나왔다. CN캐나다 여자오픈 우승을 비롯해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 등 5번이나 ‘톱10’으로 경기를 끝냈다. 한 번도 예선탈락하지 않고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아마추어로 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만 아니었으면 올해 92만여 달러(한화 약 10억 원)의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LPGA 투어 상금랭킹 6위(9월 27일 기준)에 해당한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108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비교해보면 그의 활약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 프로 전향할 경우 몸값은?
AP/연합뉴스
프로가 된 이후 진출할 무대는 미국 LPGA 투어가 될 확률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국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18세라는 나이 규정이 걸려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큰 걱정이 없다. LPGA 투어는 앞서 미셸 위, 알렉시스 톰슨 등이 프로로 전향할 때도 나이 제한을 풀어준 바 있다. 프로 전향의 문제가 순차적으로 해결될 경우 데뷔전은 11월 열리는 LPGA 투어의 시즌 최종전인 CME 타이틀 홀더스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심은 그의 몸값으로 이어진다. 어느 기업과 손을 잡을 것인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또 그가 미셸 위를 능가하는 거물급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미셸 위는 2006년 프로로 전향하면서 나이키골프, 소니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거액을 후원받았다.
리디아 고는 실력 면에서 그 이상이다. 선수의 몸값은 실력이 우선이다. 올해 그가 프로 대회에서만 약 10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받을 수 있었던 터라 몸값도 그 정도 선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거액을 들고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기업이 등장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금융권의 A 사는 연간 7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입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16세 골프천재를 모셔가겠다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뻔하다.
주영로 스포츠동아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