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은 지난 11일 올림픽공원체조경기장에서 의원 47명과 당원1만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대회를 갖고 공식출범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당 중진들을 중심으로는 당대표격인 중앙위의장 ‘직선제’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가 불투명해진 데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때문에 당대표 직선으로 흥행몰이를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역구 조직책 선정이 끝나는 다음달 중순이나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전당대회를 열어 전국 당원이 직접 뽑은 새 지도부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당권을 노리는 당내 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권주자들 간의 이해관계와 지지세가 미묘하게 얽혀 있어 ‘우리당호’를 이끌 새 선장이 누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 그래픽=장영석기자 zzang@ilyo.co.kr | ||
정동영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기남 의원은 “(의장 선거엔) 많은 사람이 나와 경쟁해야 한다”며 출마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천정배 의원측은 “그럴 생각이 없다”며 출마설을 일단 부인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신주류 3인방의 당권 행보에서 최대 변수는 이들의 공조 여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신주류 3인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만 한 인물도 없다. 문제는 그들이 당권만을 쫓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것”이라 밝힌다. 당 안팎에서 이들 3인방을 당을 이끄는 ‘한 무리’로 보고 있지만 이들이 저마다 출마를 강행할 경우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릴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신주류 3인방이) 양보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내서 직선 대표 경선을 치른다면 그에 도전할 만한 적수가 당내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당 중진들 사이에선 창당 작업을 이끌어온 김원기 임시지도부 의장이 당권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탈당파와 한나라당 탈당파 그리고 시민단체 출신 등으로 이뤄진 열린우리당 내 ‘교통정리’가 총선 승리의 필수조건인 만큼 외연이 넓은 중진급이 전면에 나서서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내에서 이해찬 이상수 의원과 박양수 전 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김 의장의 당권 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당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도 당 안정에 무게를 두며 김 의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고 통추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김정길 전 장관도 직접 출마를 선언하는 대신 김 의장 역할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권 도전에 대해 김원기 의장은 신주류 인사들보다 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껏 우리당의 중심으로 서 온 김 의장이 신주류 인사에 밀려 당대표 직선에서 패할 경우 향후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정치권이 한창 세대교체론에 휩싸여 있는 터라 자칫 ‘2선 후퇴론’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 지명도나 원내 운영 경험을 들어 김근태 원내대표를 ‘당대표’ 감으로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당내 지지세력 못지 않게 비토세력도 많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일단 우리당 전신인 통합신당이 출범할 당시 원내대표직을 노리다 김 원내대표에게 쓴맛을 본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이 미약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실패할 경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김 원내대표 역시 김원기 의장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평이다.
당 일각에선 우리당이 전국적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영남권 주자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이른바 ‘영남대표론’도 나오고 있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당내 ‘영남대표론’은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고 동시에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영남권 인사가 나서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영남대표론’에 합당한 주자로는 김두관, 김정길 두 전직 행자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김두관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당권 도전을) 신중히 고민중”이라며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김원기 의장을 밀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측은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영남대표론’을 두고 당내 시각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국 정당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공론화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일부 인사들은 “(영남대표론이)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당장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부터 챙겨야 할 입장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실제로 남해군수 출신인 김두관 전 장관은 경남 남해·하동 지역 출마설이 나돌지만 이 지역엔 4선의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버티고 있다. 친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인 데다 박 전 대표가 수시로 지역구 방문을 하며 민심 관리에 힘을 쏟고 있어 김 전 장관으로선 난전이 예상된다는 것.
김정길 전 장관은 부산 영도 지역 출마를 위해 최근 부산 영도 지역으로 이사까지 한 상태다. 그러나 같은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영도 지역을 닦아온 유정동 변호사가 노 대통령 부산지역 386 측근인 조성래 변호사 등과의 연대를 내세워 지역구 입성을 노리고 있는 상황. 우선 당내 386의 고개부터 넘어야 할 처지라는 지적이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외부인사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새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자는 논리다. 당내에서 거론되는 외부영입 1순위 후보는 최근 들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다. 민주당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권 후보로 급부상하는 것도 강 장관에 대한 우리당의 ‘구애’를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강 장관은 “정치에 나설 뜻이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은 가능성 있는 스타를 그리 쉽게 포기하는 곳이 아니다”며 강 장관에 대한 우리당의 영입 작업이 거세질 것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