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자금 수사, 당내분규 등 내우외환에 직면한 최병렬 대표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외부적으로는 더한 찬바람이 환자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SK를 ‘윽박질러’ 현금 1백억원을 불법 모금한 것이 드러나 당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검찰의 칼날도 매섭다. SK 외에 또 다른 기업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회생불능의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손길승 회장의 폭탄발언 같은 돌발변수도 상처를 덧나게 할 것이다.
이런 안팎의 시련들이 병을 더욱 깊게 한다면 결국 한나라당은 몰락의 길을 걷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이제 수십 년 동안 앓아온 자신들의 중병에 대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과연 그들은 썩은 환부를 스스로 도려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 중증환자에게 어떤 일들이 닥치게 될까. 1백49석의 거대 야당 한나라호의 ‘마지막’ 시나리오를 짚어 봤다.
▲ 지난 13일 당사에 모인 한나라당 의원들. 박근혜 김문수 박진 오세훈 의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 ||
김 의원의 편지 내용이 다분히 ‘정쟁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한나라당의 ‘내일’을 읽는 당 밖의 시각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를 전혀 읽지 못하고 정치개혁이라는 거대한 강물에 떨어져 지금까지 떠내려 왔다. 앞으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도덕성 회복운동이 일면 기득권층인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하는 것은 물론 당도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매서운 비판이 나온 배경에는 한나라당 특유의 ‘보신주의’ 성향도 작용하고 있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과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 노 정권은 지난 대선에서 빈털터리였기 때문에 끊임없는 승부수를 던져 승리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이런 의원들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성향 외에도 한나라당은 안팎으로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 먼저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당의 내분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맥이 닿아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죽음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던 김용학 의원은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시하자 그것을 달랑 받아먹고 다음에 SK 비자금 1백억 사건이 터지면서 현 지도부가 몇 차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아주 불안하다. 당의 존폐 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