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북한이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며 지금도 그 입장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현금 대신 비료나 쌀, 전력 등 현물로 지불하는 방식을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와 북한이 현금납부 조건으로 관광사업을 하기로 합의하는 바람에 국정원장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 사업승인권을 가지고 있던 통일부도 당초 계약서대로 승인해줬다고 한다.
▲ 지난 98년 5월 북한에 밀가루와 비료를 지원하기 위해 선적 하고 있는 모습. | ||
최근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으로 북미관계는 물론 한반도 전역이 급랭정국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0년부터 비밀리에 핵개발을 다시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께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공식 시인함으로써 정권 내내 햇볕정책을 고수해왔던 김대중 대통령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햇볕정책의 결과가 북한의 핵개발이냐”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4일 국회 국감장에서 현대상선 대출금과 관련해 북한군에 의한 전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원장이 현금지불 방식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그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북측에 전달되는 돈이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닌 북한군 전략증강에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서도 현금 대신 현물방식으로 했어야 했다”면서 전력지원 사업을 한 예로 들었다. 북한은 현재 전력 부족은 물론이고 전력기반시설이 형편없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북측에 전력을 지원해 주려해도 시설문제로 지원해 줄 수가 없다는 것.
관광사업 대가로 이런 시설들을 교체해 주었더라면 차후 우리측이 북한에 전력을 유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는 설명이다.정권 초부터 현금지불 방식에 반대했던 이 전 원장은 지금의 상황을 미리 예측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