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롯데 강민호는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수도권 모 구단 운영팀장은 연방 FA 선수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한 진열대는 다름 아닌 ‘FA 시장’, 명품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팀장은 금세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FA 선수들의 예상 몸값이 너무 높아 과연 영입을 계획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엄살을 떨었다.
올 시즌은 유독 대어급 FA 선수들이 많다. 각 구단 주전급 선수들만 열거해도 삼성 오승환·장원삼·박한이, SK 정근우, 두산 이종욱·손시헌·최준석, KIA 이용규·윤석민, 롯데 강민호, 한화 이대수, LG 이병규·이대형 등이다. 이 가운데 오승환과 윤석민은 국외리그 진출이 매우 유력하다.
윤석민은 정규 시즌을 끝내자마자 미국으로 날아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도움을 받아 현재 자신이 뛸 메이저리그 팀을 물색 중이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만 끝나면 일본 프로야구 팀들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팀 잔류가 예상되는 선수들도 있다. 이병규가 유력하다. 내년이면 40세인 이병규는 소속팀 LG에 남아 명예롭게 은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한이 역시 ‘절대 다른 팀에 뺏기지 않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원체 강해 잔류가 전망된다.
KIA 윤석민(왼쪽)과 삼성 오승환. 일러스트=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장원삼은 ‘홀수 해 징크스’로 유명하다. 짝수 해 10승 이상을 기록하면 홀수 해엔 거짓말처럼 한 자릿수 승수를 기록해왔다. 평균자책도 짝수 해엔 좋았지만, 홀수 해엔 나빠지게 마련이었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선 “장원삼의 내구성이 좋지 않다”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식의 비판을 가하곤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홀수 해 징크스’가 없었다. 13승 10패 평균자책 4.38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홀수 해에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7승 6패 평균자책 3.5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홀수 해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장원삼은 한 시즌 150이닝 이상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최근 2년 동안 평균 155이닝을 던졌다. 거기다 장원삼은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를 제압하는 투수인지라,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구위저하로 고생할 확률이 낮다. 따라서 많은 팀이 1, 2선발 요원으로 장원삼을 탐내고 있다. 일단 삼성은 장원삼의 잔류에 온힘을 기울이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삼성의 잔류 작전이 쉽게 성공으로 이어질진 의문이다. NC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NC 연고지 마산은 장원삼의 고향이다. 뚜렷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NC는 장원삼을 영입해 팀의 간판으로 삼을 요량이다. 몇몇 구단에선 ‘NC가 역대 FA 투수 최고액을 제시한다면 장원삼이 삼성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예상한다.
삼성 장원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두 번째는 포수 기근에 시달리는 프로야구에서 강민호 만한 포수도 없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타격 실력이다. 강민호는 2010년부터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출전경기수가 급감한 올 시즌을 제외하면 70타점 이상은 거뜬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소속팀 롯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강민호를 잡겠다”고 공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실은 맺지 못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강민호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계약과 관련해선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항간엔 한화가 강민호 영입을 위해 70억 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했다는 소문이 돈다. 롯데와의 우선협상이 결렬될 시 바로 한화가 강민호 영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이도 많다.
한화와 달리 강민호를 저평가하는 구단도 있다. 모 구단 단장은 “강민호는 2010년 이후 타격성적과 출전경기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28세란 젊은 나이가 매력적이지만, 그 나이에 1000경기 이상을 포수로 뛰었다는 점에서 부상 발생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현재 강민호의 시장가는 6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일부 구단에선 “강민호가 옵션까지 합쳐 80억 원 이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한다.
왼쪽부터 LG 이병규, 삼성 박한이.
SK는 정근우의 잔류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시장가가 5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정근우를 잡는다는 게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SK는 지난해까지 소속팀 FA를 잡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SK 내부에선 “정근우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차세대 정근우’도 준비해놔야 한다”는 대안론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구단 관계자는 “SK를 제외하고 정근우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진 팀들은 죄다 2루 자원이 부족한 팀들”이라며 “롯데와 한화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근우는 사교성이 좋으면서 고참으로서 리더십도 갖추고 있어 팀 성적 향상을 꾀하는 팀들은 무형의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근우가 FA 내야수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면 외야수에선 이용규가 으뜸이다. 올 시즌 이용규는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5리, 2홈런, 22타점, 21도루를 기록했다. 전 해보다 출전 경기수는 줄고, 타격성적은 떨어졌으나 실력보단 부상이 원인이었다.
SK 정근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특히나 이용규는 외야 수비 범위가 넓고, 타구 포착 능력이 뛰어난 외야수다. 최고의 1번 타자와 수준급 외야수를 동시에 구하고 싶다면 이용규가 제격이다. 야구계 일부에선 “어깨 수술 이후 재활기간이 9개월 정도 걸린다 칠 때 내년 시즌엔 이용규를 쓸 수 없다”며 “1년을 허비하면서까지 이용규를 잡을 팀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소속팀 KIA를 비롯해 몇몇 팀에선 “‘악바리’ 이용규라면 내년 시즌 초까지 그라운드에 돌아올 것”이라며 “수술 이후 어깨가 좋아진 만큼 특유의 정교한 스윙이 더 살아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나지완의 군 입대로 외야 자원이 부족해진 KIA는 외야 캡틴 이용규를 반드시 잡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KIA가 이용규를 놓친다면 역시 외야 자원이 부족한 팀들이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KIA 이용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해 류현진의 포스팅액으로 큰돈을 손에 쥔 한화는 “이 돈으로 대어급 FA를 영입해 팀 전력강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현욱(LG), 김주찬(KIA) 등 주요 FA 선수들이 한화의 제안을 거절하며 결국 한화는 빈손으로 FA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전력보강에 실패한 대가는 컸다. 한화는 올 시즌 42승 1무 85패 승률 3할3푼1리로 압도적인 꼴찌를 차지했다.
한화 관계자는 “사장, 단장님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팀 전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힘이 닿는 데까지 좋은 선수를 영입하자는 게 구단의 목표”라며 “이번 스토브리그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