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 눈물 흘린 까닭
양희영은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LPGA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은 양희영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했다. 사진제공=KLPGA
양희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려 온 준비된 스타다. 2006년 2월. 호주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인근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ANZ 마스터스에서 한 아마추어 골퍼가 호주 여자골프의 1인자 카리 웹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주인공이 바로 양희영(영어 이름, ‘에이미 양’)이다. 그의 우승은 화제가 됐다. 당시 나이 16세 6개월 8일로 최연소 우승 기록과 함께 1982년 이후 이 대회에서 22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자가 됐다. 호주의 골프팬들에게 ‘에이미 양’은 카리 웹(호주)를 꺾은 대단했던 아마추어 골퍼로 기억되고 있다.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한 양희영은 아마추어 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호주 퀸즐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 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그렉노먼 주니어 마스터스 등을 휩쓸었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미 LPGA 투어에 뛰어들었다. 2008년 첫해 컨디셔널 시드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7개 대회에서 6만 달러가 조금 넘는 상금을 손에 쥐었다. 2009년엔 조금 나아졌다. 30만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했던 성적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과 2011년 그리고 2012년엔 몇 번의 우승 기회도 있었지만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유망주라는 수식어는 사라졌고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양희영은 올해 작은 변화를 줬다. 무조건 덤빈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쉬어가기로 했다. 올해 열린 24개 대회 중 20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변화를 줬다. 주변에 힘들어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크게 나아진 건 없었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랬더니 우승이 찾아왔다.
양희영은 첫 우승 뒤 “너무 오래 기다려왔던 첫 우승을 고국에서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오늘밤 잠이 안 올 것 같다”라며 또 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국내 선수들 자신감 상승
김하늘
이번 대회에 출전한 국내 선수는 모두 17명. 첫 날 박주영(22·호반건설)을 시작으로 김하늘(25·KT), 김세영(20·미래에셋)으로 이어진 돌풍은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박희영의 동생으로 알려진 박주영은 1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박주영의 최종 성적은 공동 12위.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에겐 더 큰 목표를 갖게 하는 디딤돌이 됐다. 그는 이 대회 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 44위에 머물렀다. 자고 나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KLPGA 투어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박주영도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외국선수들과 경기하는 게 부담이 됐지만 막상 실력을 겨뤄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좋은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호시탐탐 해외진출을 노리는 김하늘은 이번 대회를 통해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김하늘은 이번 대회를 공동 6위(6언더파 138타)로 끝냈다. 우승과는 딱 3타 차였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세영에겐 아쉬움이 더 컸다. 마지막 한 홀을 남겨두고 LPGA 직행 티켓을 눈앞에 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우승과 함께 LPGA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행운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통한의 보기를 적어내는 바람에 3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신데렐라의 꿈은 사라졌다. 그러나 한국 여자골프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됐다.
주영로 스포츠동아 골프 전문 기자